◆…대국민 담화 발표하는 박근혜 대통령(사진제공 : 청와대)
세월호 참사와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던 박근혜 대통령이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다 울음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박 대통령은 해양경찰청 해체를 비롯한 대대적인 공직사회 개혁 및 우리 사회의 각종 병폐를 척결하겠다는 뜻을 확고히 밝혔다.
박 대통령은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대국민담화를 통해 "어린 동생에게 구명조끼를 입혀 탈출시키고 실종된 故 권혁규 군,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벗어주고 또 다른 친구를 구하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들어 사망한 故 정차웅 군, 세월호의 침몰 사실을 가장 먼저 119에 신고하고도 정작 본인은 돌아오지 못한 故 최덕하 군" 등 희생자들을 언급하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제자들을 위해 최후의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 故 남윤철, 최혜정 선생님, 마지막까지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 생을 마감한 故 박지영, 김기웅, 정현선님과 양대홍 사무장님, 민간 잠수사 故 이광욱 님의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희망을 본다"라고 말할 때는 끝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울음을 삼키고 "이런 분들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안전의 중요성을 되새기기 위해 추모비를 건립하고 4월16일을 국민안전의 날로 지정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국민들이 겪은 고통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 숙여 사과하기도 했다.
"해양경찰청 해체 선언, 국가안전처 신설"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사고를 막기 위해 박 대통령은 해양경찰청 해체를 선언하고 국가안전처를 신설한다고 선언했다.
박 대통령은 "고심 끝에 해경을 해체하기로 결론 내렸다. 해경의 수사정보 기능은 경찰청으로 넘기고 해양 구조·구난과 경비 업무는 신설되는 국가안전처로 넘겨서 해양안전과 전문성, 책임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경은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 사고 직후에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인명구조 활동을 펼쳤다면 희생을 줄일 수 있었다"며 "해경은 사실상 구조 업무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또 "해경은 출범 이후 구조 임무를 등한시 하고 수사 등 외형적 성장을 지속 했다. 해경의 몸집은 커졌지만 해양안전과 인력 예산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고 인명구조 활동도 매우 부족했다"며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그냥 놔두고는 앞으로 또 다른 대형사고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안전행정부도 제 역할을 못했다. 핵심기능인 안전과 인사, 조직기능을 안행부에서 분리해서 안전업무는 국가안전처로 가고 인사와 조직기능은 국무총리실 소속 행정혁신처로 이관하겠다"며 "안행부는 행정자치 업무에만 전념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해수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해수부의 해양교통안전센터는 국가안전처로 가고 해수부는 해양산업을 육성하고 보호하고 진흥토록 해서 전문성을 최대한 살려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관피아 문제, 반드시 해결하겠다"
박 대통령은 관피아 문제를 척결하기 위해 공무원들의 재취업 등을 강력하게 규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번 사고는 오랫동안 쌓여온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끼리끼리 문화와 민관유착이라는 비정상의 관행이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정상의 정상화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서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끼리끼리 서로 봐주고, 눈감아 주는 민관유착의 고리를 반드시 끊어 내겠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관피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안전감독 업무, 이권이 개입할 소지가 많은 인허가 규제 업무, 그리고 조달 업무와 직결되는 공직유관단체 기관장과 감사직에는 공무원을 임명하지 않을 것"이라며 "취업제한 대상이 아니었던 조합이나 협회를 비롯해서 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 대상기관 수를 지금보다 3배 이상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취업제한 기간을 지금의 퇴직 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관피아의 관행을 막기 위해 공무원 재임때 하던 업무와의 관련성 판단기준도 고위공무원의 경우 소속부서가 아니라 소속기관의 업무로 확대해서 규정의 실효성을 대폭 높일 것"이라며 "고위 공무원에 대해서는 퇴직 이후 10년간 취업기간 및 직급 등을 공개하는 취업이력공시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탐욕적 이익 추구한 기업, 문 닫게 만들 것"
박 대통령은 이번 사고와 관련된 세모그룹과 관련해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선장과 일부 승무원들의 직무유기와 업체의 무리한 증축과 과적 등 비정상적인 사익추구"라며 "청해진해운은 탐욕적인 이익만 추구하다 이번 참사를 내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기업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입히면서 탐욕적으로 사익을 추구하여 취득한 이익은 모두 환수해서 피해자들을 위한 배상재원으로 활용하도록 하고 그런 기업은 문을 닫게 만들겠다"며 "범죄자 본인의 재산 뿐 아니라 가족이나 제3자 앞으로 숨겨놓은 재산까지 찾아내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을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필요하다면 특검을 해서 모든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고 엄정하게 처벌할 것이다. 여야와 민간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포함한 특별법을 만들 것도 제안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심각한 인명피해 사고를 야기하거나 먹을거리 갖고 장난쳐서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사람들에게는 엄중한 형벌이 부과될 수 있도록 형법 개정안을 제출하겠다"며 "대한민국에서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는 것이 결코 이득이 되지 않고 대형참사 책임자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지 않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