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처방, '공론화' 무시·인적 쇄신도 없어
대부분의 대책 입법사안…'野와 불통' 재현될 수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9일 여객선 세월호 침몰 참사에 대해 대국민 담화를 통해 발표한 재난안전 방안에 대한 실효성과 실천가능성 여부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참사 발생 34일 만에 나온 담화에는 "최종 책임"이 대통령 자신에게 있음을 명확히 하며 처음으로 직접 사과를 했다. 또한 특단의 대책으로 해경 해체와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의 역할 축소를 내놓아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 해경 해체, 안행부·해수부 축소 의견 수렴 없이 '졸속' = 하지만 문제는 쏟아져 나온 대책들이 얼마나 근본적 원인을 짚고 있는지와 실현 가능성 여부다. 특히 해경해체와 안행부·해수부 역할 축소에 대해서는 '졸속'이라는 지적이 높다.
61년의 역사를 가진 해경을 어떠한 의견수렴이나 논의 없이 없앤다는 대책은 비판 여론에 밀려 즉흥적이었다는 이야기다. 이에 당장 실종자 대표들이 해경 해체로 해경이 동요되는 것을 지적하고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 관계자는 "'해체'가 보기엔 파격적일지 몰라도 과연 설득이 될지 의문"이라며 "참사에서 무능을 드러냈다고 해도 중국어선 문제 등에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건 분명한데 어떠한 의견수렴 없이 그렇게 던져놓기만 하면 다 되는 게 아니지 않나"라고 일방적인 대통령 담화 내용에 대해 꼬집었다.
더욱이 안행부·해수부의 경우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확대 개편되거나 부활한 부처다. 안전을 강조하며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이름을 바꿔 달았고, 이명박 정부가 없앴던 해양수산부를 부활시켰다. '안전'이라는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가치를 위해 확대·부활시킨 부처였음에도 무능이 드러나자 부처를 다시 축소시키는 것은 결국 정부의 철학 부재에 따른 총체적 부실을 또 한 번 드러낸 것이다.
진도 팽목항 현지를 조사하고 온 당 관계자는 "자신들이 필요해서 만든 조직을 제대로 기능하도록 만들지 못했으면 기능을 하도록 인적쇄신 등을 통해 해야 하는데 역할 자체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면 설사 기능이 다른 부처로 이동해도 제대로 못하는 건 똑같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 '받아쓰기 내각' 인적쇄신 내용 없어…與도 고강도 개각 주장 = 특히 담화문에는 줄곧 지적되어온 인적쇄신이 담기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의 총체적인 무능과 무책임을 드러낸 내각과 청와대의 개편은 필수임에도 어떠한 방안도 내놓지 않았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야권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내각 총사퇴를 주장하고 있다는 것. 새누리당 최다선 중진인 서청원 의원과 이완구 원내대표는 고강도 인사개편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해 강병규 안행부·이주영 해수부 장관과 김석균 해경청장은 박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인사 실패를 인정하고 인사스타일의 변화를 이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수위 출신 당 관계자는 "장관의 무능력은 결국 그들을 임명한 대통령의 책임"이라며 "자신이 임명한 사람들인데 그에 대해 한마디 말이 없다는 게 참..."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 대부분 입법사안 국회로 공 넘겨…'불통' 변해야 = 야권에서는 이 같은 대책들이 대부분 입법사안이라는 점에서 결국 책임을 국회로 떠넘긴 것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정부부처의 역할 축소는 입법사안으로 공론화가 필수임에도 이 과정을 없애버려 민주주의적 의견 수렴과정을 무시한 처사라는 것이다.
또한 그동안 박근혜 정부가 기초연금 공약 후퇴와 기초선거 무공천 철회 과정에서 보인 야당과의 '불통'을 이번에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야권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가 기초연금을 후퇴하거나 기초선거 무공천을 철회했던 과정을 보면 야당과 제대로 대화를 하지 않았다. 국회 일이라고 야당을 거의 무시해왔다”며 “새누리당도 청와대 오더를 받고 한 발 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번에도 그렇게 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나"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