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안대희 전 대법관 총리 후보자 지명
6.4 지방선거 후 순차적 개각 단행 전망
본격적인 개각의 신호탄이 쏘아올려졌다. 세월호 사고 수습 과정에서 미숙함을 드러내며 정부에 대한 국민불신을 키운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한 정홍원 국무총리의 후임자로 안대희 전 대법관(이하 안 지명자)이 지명됐다.
일단 '적임자'를 지명했다는 평가다.
후임 총리 지명을 둘러싸고 그동안 안팎에서 제기된 주장은 한 맥락으로 엮여있었다. 대통령에게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소신있는 '책임총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안 지명자는 과거 노무현 정부시절 대검 중수부장을 역임하면서 불법대선자금 수사를 진두지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 '차떼기 당'이라는 불명예를 안겼고 칼날을 대통령 측근에게까지 들이대 구속(안희정 현 충남지사)시키는 등 원칙에 입각한 수사로 국민검사 칭호를 얻은 인물이다.
국민검사 이미지가 강해, 이면의 강성이미지가 가려진 측면도 있지만 국가개조 수준의 강도높은 공직사회 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최적의 카드를 뽑아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 2번의 실패, 3번째 선택 결과는? = 당선 후 '법치'를 강조했던 박 대통령은 다시 한번 법조인을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골랐다. 인수위 시절 지명한 첫 번째 총리 후보자도 법조인(김용준 전 인수위원장)이었고 두 번째 총리도 법조인(정홍원 국무총리)이었다.
결과적으로 2번의 선택은 실패로 귀결됐다.
김용준 전 인수위원장은 총리 지명 직후 언론의 고강도 '검증'을 이겨내지 못한 채 자신이 평생 쌓아온 이미지를 모두 잃고 힘없이 낙마했다. 박근혜 정부가 현재도 겪고 있는 '인사검증 스트레스'를 안긴 장본인이다.
정홍원 총리 역시 실패작이었다. 큰 탈 없이 총리직을 수행해 왔지만 세월호 사고 대응과정에서 물벼락을 맞는 등 자신의 체면과 정부의 위상을 나락으로 내몰았다.
이에 안팎에서는 법조인 또는 관료 출신이 아닌 힘을 가진 정치인 출신 총리를 세울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많았었다. 안 지명자는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을 당시 정치쇄신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지만 실질적으로 정치경험은 전무한 순수 법조인 출신이다.
2번의 실패 사례가 있음에도 다시 한번 법조인을 택한 박근혜 대통령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 '공룡'으로 거듭날 총리실, '막강권한' =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밝힌 정부조직 개편 방안을 고려할 때 국무총리실의 힘과 위상이 크게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기능과 조직은 그대로 살려가면서 신설되는 국가안전처와 행정혁신처 등을 휘하에 두게 된다.
특히 행정혁신처는 기존 안전행정부의 핵심기능인 정부조직 및 인사 기능을 흡수하는 한편 공직사회 개편의 칼자루까지 쥐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막강한 권한이 부여되는 만큼 국무총리실의 수장인 국무총리의 권한 또한 대통령에 버금가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 지명자의 지명 또한 국무총리실의 권한 강화와 맥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소신과 원칙을 가지지 않고서는 공직사회 개혁은 힘들다. 시간이 지날 수록 공직사회의 반발이 거세지면 힘 없는 총리는 휘둘리게 될 공산이 크다. 이에 박 대통령이 안 지명자를 지명한 것도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최대한 빠른 속도로 공직사회 개혁을 진두지휘하라는 의중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후속 개각 어떻게 진행될까 = 신임 총리 후보자가 지명됨에따라 전면적인 개각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6.4 지방선거가 코 앞에 다가온 시점, 인사청문회 등 정치일정을 고려할 때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인사검증에 상당한 신경을 쏟는 박근혜 대통령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속도감 있는 개각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각 대상 부처가 늘어날 경우 적임자를 찾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국정공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개각 작업 자체가 순차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현재로서는 지배적이다.
이에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이 완전히 자리를 잡는 시기는 연말에 가까운 시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