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의 내부 갈등이 금융권의 최대 화제가 된 한 주 였다.
그동안 쌓여온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 간의 갈등이 전산시스템 교체방안을 두고 한꺼번에 폭발한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 형국.
이에 KB금융은 23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갈등해결 방안을 모색했지만, 이마저도 무위로 돌아가 이들을 둘러싼 관심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보험업권의 최대 관심사인 LIG손해보험의 본입찰과 금융당국의 예비인가를 받은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통합안이 이목을 끌었다.
□ 내홍 겪는 KB금융…빈손으로 끝난 이사회 =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의 갈등으로 비쳐지는 KB금융그룹의 내홍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 이사회는 지난달 말 IBM 기반의 기존 전산시스템을 유닉스 체제로 교체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정병기 국민은행 상임감사가 관련 보고서에 일부 왜곡이 있다는 의견서를 제출했고, 이건호 행장도 이에 동조하며 교체 재고를 신청했다.
하지만 이 의견이 이사회에서 거부되자 정 감사는 관련 내용을 당국에 보고했고, 결국 금융감독원이 검사에 착수하는 등 좌충우돌을 겪게 됐다.
이사회가 사실상 지주 회장의 영향력 안에 있는 집단이기 때문에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 간의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배경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시 (국민은행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던 금감원 검사역에게 국민은행 측에서 관련 문서를 제공했다"면서 "금융사 측에서 먼저 검사를 요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공론화 되자 김재열 KB금융 전무는 해명자료를 통해 "시스템 변경 과정에서 우선 협상에 탈락했던 업체인 IBM 코리아 대표의 사적 이메일을 받은 은행 경영진이 공식 절차 없이 관련 메일 내용을 근거로 재검토를 지시한 것이 이번 해프닝의 시발이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상임감사위원은 은행 경영협의회를 거쳐 은행·카드 이사회에서 결의된 사항에 대해 자의적인 감사권을 남용해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를 무력화 시키려 했다"고 비판했다.
사태해결을 위해 KB금융은 긴급이사회를 열어 내부 봉합을 시도했지만 이 마저도 무위로 돌아갔다.
23일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이사회는 장시간의 논의에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오는 27일 재논의를 하기로 결정했다.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국민은행 노동조합은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의 동반 사퇴를 촉구하는 등 이번 사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임 회장과 이 행장, 사외이사들을 검찰에 배임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라 KB금융을 둘러싼 갈등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 '2라운드' 공 울린 LIG손보 인수전 = 지난 19일 열린 LIG손해보험 매각 본입찰에 롯데와 KB금융, 중국 푸싱그룹, 자베즈 파트너스, 동양생명·보고펀드 컨소시엄의 5곳이 참여했다.
숏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던 참여자 중에서 실사작업에 소극적이었던 MBK파트너스는 이번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 거래에서 매각대상은 구본상 부회장 등 LIG그룹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 19.83%로, 매각가는 주가와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해 5000억원 내외로 추산되고 있다.
보험권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금융분야 강화에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자베즈 파트너스 역시 인수전에 적극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롯데그룹의 자회사인 롯데손해보험은 손보업계에서 3% 내외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지만, LIG손보를 인수하면 업계 2위급의 대형 손보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또 인수전의 향방을 좌우할 요소가 자금력인 만큼 사모펀드인 자베즈 파트너스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다만 LIG손보 노동조합 등 피인수기관 내부에서 롯데나 외국계 자본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것은 변수로 취급된다.
LIG그룹과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이달 말이나 내달 초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협상을 진행하고, 빠르면 6월말에서 7월초에 본계약 체결을 진행할 계획이다.
□ 첫 문턱 넘은 하나·외환카드 통합작업 = 외환은행의 신용카드 사업 분할이 6개월 만에 금융당국의 예비 인가를 받았다.
지난 21일 금융위원회는 제9차 정례회의를 개최해 외환은행의 신용카드부문 분할 및 외환카드(가칭)의 신용카드업 영위를 각각 예비인·허가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종 본인가 및 본허가를 위한 사전준비작업이며 계획서를 통해 인·허가요건을 모두 충족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한 것"이라며 "본허가 전까지 고객정보가 보관된 전산시스템을 물리적으로 분리할 것을 부대조건으로 부과했다"고 전했다.
연초 터진 카드사 정보유출과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고객정보 보호 시스템이 사전에 공고히 마련되는 것을 본인가의 전제조건으로 삼는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과 외환카드는 은행고객 정보와 카드고객 정보를 별도 관리하는 망 분리 작업을 진행한 뒤 본인가를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은 셈.
하나금융 관계자는 "망 분리에 만전을 기하고, 두 카드사의 통합을 통해 카드부문의 시너지 효과를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