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 "선거기간 중 선거법 또는 규정 개정한 적 없다"
세무업계 "세무사회가 지방회 선거에 직접 개입한 사건"
선거 도중 선거규정이 바뀌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한국세무사회 정구정 회장을 비롯한 세무사회 상임위 위원들이 선거가 한창 진행 중인 '제11대 서울지방세무사회 선거' 규정을 하루아침에 수정해 버린 것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세무사회는 23일 상임이사회를 통해 선거일 17일까지 각 후보자에 대한 선거공보, 소견문, 홍보물을 등기우편으로 전 선거권자에게 발송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발표하고 확정지었다.
아울러 부칙을 통해 이 같이 개정된 규정을 내달 12일 열리는 제11대 서울지방세무사회 임원선거에 대해서도 적용한다고 확정했다.
졸지에 서울세무사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17일전인 오는 26일(월) 부랴부랴 후보들의 선거공보, 소견문, 홍보물을 전 회원들에게 발송해야하는 상황에 처했다.
당초 선거규정에는 선거 14일전까지 선거공보(공보, 소견문 등)를 우편으로 전 선거권자에게 송부하도록 돼있어, 바뀐 규정보다 3일 여유가 있었던 상황이었다.
이로써 아직 조율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두 후보(임채룡·김상철 후보)의 선거공보, 소견문, 홍보물 등이 이번 개정안에 의해 '날 것' 그대로 회원들에게 발송될 공산이 커졌다.
문제의 핵심은 세무사회가 왜 선거가 한창인 지금 굳이 선거규정을 뜯어고쳤으며, 왜 다음 선거부터가 아닌 현재 진행 중인 선거에까지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의문으로 좁혀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국가기관의 선거에서는 선거기간 중 선거법이나 규정을 개정한 적이 없다. 또한 부득이하게 선거기간 중 개정하더라도 해당 선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입장이다.
이 같은 세무사회의 급작스런 개정소식을 접한 세무업계 관계자들은 그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세무업계 관계자는 "선거가 장난도 아니고 선거관리규정에 따라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세무사회가 규정을 뜯어고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며 명백한 회칙 및 선거규정 위반"이라며 "서울세무사회 선거관리위원회의 권위는 이로써 땅에 떨어졌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세무사회가 지방회 선거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사건"이라며 "선거를 되도록 빨리 비방전으로 몰아가려는 한 후보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 시간을 당겨 선거 공보물이 조율되지 않은 상태로 내 보내겠다는 의중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세무사회는 개정이유에 대해 임원선거에 등록한 후보자에 대한 회원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입후보자에게는 본인을 회원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개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발등에 불이 붙은 서울세무사회 선거관리위원회는 23일 오후 대책회의를 열고 이번 개정안과 관련된 논의를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