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해외 진출, 정부 은행만 적극적
동네 축구처럼 특정 국가에 편중 안돼
'금융 외교, 지배 구조' 문제점 있어
새 정부가 활발하게 추진 중인 금융 한류(韓流)의 꿈이 실현될까.
정부가 은행의 국제화를 장려하는 가운데 각계 금융 전문가들이 모여 금융의 동북아시아 진출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29일 은행회관에서는 '한국의 은행 국제화와 동북아 국제금융센터 현주소'라는 주제로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한국국제금융학회·전국은행연합회·한국금융연구원이 공동 주최했다.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기조연설에서 "은행의 대형화와 양적 성장이 진전됐고 재무 건전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됐지만 실물경제에 비해 경쟁력이 여전히 낙후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이지만 은행은 60위권 안에 들지 못한다"며 은행 국제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 위원장은 또 "최근의 금융 사고로 인해 신뢰가 저하된 상태이며 우리 은행들은 과거와 차원이 다른 구조적 변화에 직면해 있다"고 덧붙였다.
서병호 연구위원은 발표에서 "고령화, 저금리, 저성장이 고착되면서 국내 은행의 수익률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 연구위원은 일본 은행의 해외 진출 성공 사례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금융 위기 후 일본 은행들이 무역금융을 하면서 수익성이 한국의 2배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서 연구위원 조사에 따르면 현재 국내 은행이 가장 많이 진출한 국가는 중국이며 최근 증가 규모가 큰 국가는 미얀마이다.
서 연구위원은 "해외 점포 수는 늘었는데 국내 점포와 비교하면 과거와 똑같다. 또 산업은행, 농협은행, 우리은행 등 정부 소유의 은행들 위주로 늘고 영업 마인드 있는 상업은행은 왜 늘지 않나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 진출이 동네 축구처럼 특정 국가에 우르르 편중돼 있어 컨트리리스크(country risk)에 노출돼 있으며 차입금 의존도가 크고 현지 이해도나 대출 심사 역량이 떨어진다. 정부의 금융 외교가 필요하다"고 문제점을 지목했다.
토론에는 정치권을 포함해 학계와 경제계, 은행,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현행 은행의 지배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강석훈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은행 국제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해 지배 구조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 의원은 "은행 국제화가 공허하게 들리는 것은 사실이다. 냉소적으로 말하면 본국 자금을 가지고 모회사 보증을 받아 현지의 한국 기업에 대출해주는 것이다"며 "장기적인 플랜 하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할 과제이나 대다수 CEO는 추진할 여건이 안되고 역량을 모을 인센티브가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은 "1970년대 미국이 일본과 독일에 제조업을 추격 당하고 위기 의식을 가지면서 금융과 소프트웨어 등 창조 산업을 선택했다. 우리나라도 중국에 제조업을 빼앗길 것이다"며 "은행 국제화는 20~30년 이후 결실을 맺는데 1990년대 초반 이런 작업을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에서는 해외 진출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도 토로했다. 박성호 하나은행 경영관리본부장은 "해외로 나가는 게 답은 아니다"며 "국내나 해외나 리더십, 전략적 방향, 기업 문화 등 필요한 요소는 국내와 해외가 똑같으며 해외가 더 어렵다는 것을 영업하면서 몸소 느꼈다. 섣불리 준비해 가면 안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의 강점이 있는 부분이 있다"며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있는데 중소기업, 소매 영업을 하면서 현지 인력을 활용하고 현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부 당국자로 토론에 참여한 손병두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은 은행의 해외 진출을 위해 규제를 완화할 것을 밝혔다. 손 국장은 "그동안은 해외 진출에 있어 모국과 진출국 사이의 법 체계가 상이해 국내법과 해외법을 둘 다 지켜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해외법을 적용 받게 하고 있고 실제 이 규제 완화를 적용 받은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