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매력 덕분에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해외직구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미국은 200달러 미만이면 면세가 되는 탓에 수입업자들이 주민번호를 무단으로 도용해 해외직구를 악용하고 있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서울세관과 인천공항세관, 김포세관이 합동으로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40명이 친인척이나 동호회 회원 등 2810명의 주민번호를 도용해 2만1790차례에 걸쳐 불법 해외직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는 4세 유아의 명의를 도용해 어린이 화장품이나 분유를 불법 수입한 사실도 적발됐다.
그동안 구매대행업체나 특송업체들에 주민번호를 줬던 '해외직구族'들은 내 주민번호가 다른데 쓰이는 것은 아닐까 우려했던 것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더욱 불안해하고 있다.
일부 '직구族'들은 주민번호를 구매대행업체나 특송업체들이 아닌 수입신고를 하는 관세사에게 직접 주겠다고 요구하지만 이들 업체는 번번히 거절하기 일쑤다.
◆…유명 인터넷쇼핑몰 내에서 판매되는 해외직구 상품 안내문. 물품구매시 수입신고에 필요하다며 고객의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고 있다.
□ "개인정보 주기 싫은데…어쩌지?" =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외직구를 하기 위해 구매대행 업체나 특송업체들을 이용하다보니 수입신고 과정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주민번호를 주면 업체들이 알아서 수입신고를 해주기 때문에 업체가 수입신고를 직접 한다고 인지하는 직구族도 상당수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수입신고는 관세사와 화주(법인·개인사업자)만이 할 수 있으며 구매대행 업체와 특송업체는 직접 수입신고를 하지 못한다.
이들은 관세사를 통해 수입신고를 하게 되는데 편의상 고객들의 주민번호를 미리 받아 일괄적으로 관세사에게 넘겨주는 방식을 택한다.
관세사는 고객의 비밀을 보호할 의무가 있으며 개인정보 자료를 폐기할 시 세관장의 감독을 받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이 걱정되는 고객은 관세사에게 직접 주민번호를 줘도 된다.
그렇지만 구매대행 업체와 특송업체들은 이 같은 사실을 고객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주민번호를 자신들에게 주지 않으면 수입신고를 할 수 없다거나 자가통관을 하라고 으름장을 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주민번호를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들 업체가 주민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즉각 폐기하는 등 잘 관리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이마저도 허술하다. 일부 유명 특송업체는 관세사에게 적용되는 수출입신고서 보관의무(3~5년)을 자신들에게 적용해 폐기할 수 없다는 황당한 답변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 고객 우롱하는 업체들, 관세청 '칼 들었다' = 구매대행·특송업체들이 수입신고를 빌미로 고객들의 정보를 임의로 수집하고 있지만 관세청은 이들을 단속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방치해두고 있었다.(조세일보 2014년 2월4일字, "'해외직구' 줄줄 새는 개인정보, '법' 타령만하는 관세청"기사 참조)
하지만 해외직구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는데다가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관련 업체들에 개인정보 보호 강화 공문을 보내고 주민번호만 입력할 수 있던 구매대행 업체들의 사이트 등을 통관고유부호도 입력할 수 있게끔 개선토록 했다.
통관고유부호란 관세청 전자통관시스템(유니패스) 사이트에 들어가 받을 수 있는 번호로 주민번호 대신 통관에 사용할 수 있는 자신만의 번호이다.
아울러 관세청은 전자상거래 업체를 제도권으로 편입하려는 작업에 착수했다. 관세청에게 단속 권한이 있어야 구매대행 업체나 특송업체들을 관리·감독할수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은 특별통관대상업체(전자상거래업체)의 지정제도를 폐지하고 신고제를 도입키로 했다. 특별통관대상업체가 되는데 필요한 각종 요건도 완화해 구매대행 업체나 특송업체들의 진입장벽을 낮췄다.
특별통관대상업체가 되면 이들이 수입하려는 물품에 대한 검사비율을 낮추는 등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
표면적으로는 해외직구가 급증함에 따라 통관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지정제를 신고제로 전환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관세청의 속내는 따로 있다. 이들을 제도권으로 편입해야만 개인정보 관리 등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특별통관대상업체가 개인정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을 시 이 업체가 수입하는 물품에 대한 검사비율을 높이거나 서류검사를 강화하는 등 통관절차를 까다롭게 해 불이익을 줄 계획이다.
관세청은 이 같은 내용으로 '전자상거래물품 등의 특별통관 절차에 관한 고시'를 개정해 현재 입안예고 중에 있으며 다음달 말 정도 시행할 예정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고시 개정과 더불어 8월부터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때문에 앞으로 개인정보 관리 비용이 더 들게 되는데, 업체들에게 개인정보를 폐기하는 것이 더 낫다고 홍보할 계획"이라며 "기존에 있던 전자상거래 업체 중 신고를 하지 않는 업체에 대해선 검사비율을 높인다던지 하는 등 불이익을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