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위기 극복 프로젝트였던 안대희 카드가 무산되면서 박근혜정부가 '멘붕'상태에 빠졌다.
'국민검사' 타이틀을 가진 안대희 전 대법관 총리지명은 관피아 개혁과 인적쇄신으로 국정운영 방향을 다시 쥐겠다는 강력한 의지였다. 하지만 위기의 정부를 구할 안대희 카드는 세월호 위기 탈출의 발판이 되기는커녕 한동안 잠잠했던 인사파동 논란만 재부각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안대희 전 대법관이 보수집권세력들이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청렴'하고 강직한 후보였다는 점에서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장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도덕성과 함께 세월호 국면에서 그나마 국민 눈높이가 맞은 인사여서 앞으로 더 적절한 후보가 나올지 회의적인 반응이다. 한 여권 인사는 "슬프다"는 말로 현 상황이 정부여당의 가장 큰 위기임을 드러냈다.
□ '안대희 카드' 실패…정치인 총리 부상 = 안대희 카드는 위기국면에서 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승부수'였다. 안 전 대법관의 소신과 강직함 때문에 대선캠프 시절 한 때 껄끄러운 사이가 되면서 박근혜 정부 하에서 그의 입각은 사실상 없던 일이 됐기 때문.
박 대통령이 '쓴소리'를 하는 인사보다 자기 뜻을 따르는 인사들을 가까이 두는 스타일을 견지해 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안 전 대법관의 총리 지명은 그 자체로 대통령의 위기인식을 보여준 것이다.
새누리당 전략기획 측 인사는 안 전 대법관 총리 지명 당시 "그만큼 세월호 사고가 위기라는 이야기"라며 "안 전 대법관이 훌륭한 분이지만 박 대통령 스타일에 맞지 않는 분이다. 대선 때도 문제가 있었지 않았나. 그런데도 총리로 지명을 했다는 것은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위기에서 결단을 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위기극복 카드가 무산되면서 차기 총리지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여권에서도 마땅한 인물이 없다며 '인물난'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이번엔 '정치인 총리'에 대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민정서에 예민한 정치인이 위기 수습에 적임자라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나왔다.
물망에 오른 김무성 공동선대위원장은 이 같은 기대에 대해 청와대 공식제의가 없었던 상황임에도 지난 달 30일 "저에게 총리를 하라지만, 영도(지역구)를 지키고 새누리당 대표가 돼 영도를 발전시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 관건은 '청문회', 김문수 거론…'말실수' 곤혹 = 정치인 출신 총리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청문회 통과다. 보수 세력에서 나올 수 있는 '최대치'로 손꼽는 안 전 대법관마저 변호사로 개업한지 몇 개월 만에 전관예우로 5개월에 16억원의 소득을 올리는 일로 낙마하면서 현 집권세력 인사들 중 청문회를 통과할 인사를 찾는 것부터 과제가 되고 있다.
1년4개월. 정부 초기임에도 국민 정서와 떨어진 전관예우와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자녀 병역 의혹, 이중 국적, 성추행 의혹 등의 문제로 낙마한 인사만 벌써 10명 가까이 된다.
청와대 인사검증 부실도 문제지만 여권 인사들의 후보자 자질 자체가 국민 눈높이 이하라는 것이다.
정치인 후보 중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검토되고 있는 것도 '돈 문제'에 걸릴 게 없는 몇 안 되는 여권인사이기 때문이다. 여권 내에서는 도덕성면에서 청문회 통과를 비교적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김 지사만큼 청렴한 보수정치인은 사실 드물다. 딸도 사위도 사회복지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안다"며 "국회의원, 도지사 하면서 받은 월급이 다일 것이다. 도덕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김 지사가 강력한 후보자라해도 도지사를 하면서 잦은 '말실수'로 국민 눈높이에 적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앞서 김 지사는 119에 전화해 다짜고짜 '관등성명'을 요구하며 논란을 빚었고 춘향전을 성적으로 비하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특히 이번 세월호 참사 초기 진도에 내려와 조속한 구조를 요구하는 가족들에게 "여기는 경기도가 아니어서 나는 힘이 없다"고 말해 빈축을 샀고, 참사 관련 자작시 2편을 게재해 비통한 사회 분위기를 읽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밖에 정치인 총리로는 한광옥 국민대통합 위원회 위원장과 이인제 의원과 최근 국회의장 선거에서 떨어진 황우여 전 대표 등이 거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