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발표 후 주택시장 '급랭'
국토부 "시장 충격 완화", 기재부 "방침 변화 No" 삐걱
전문가 "논쟁 무의미, 임대주택 양도금지 규정 폐지 필요"
국토교통부가 거센 반발과 함께 주택시장을 급랭시켰던 '2·26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정부 내부에서도 방향성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인데도 불구, 시장에 설익은 정책 시그널이 내려가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성'만 더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서승환 장관은 지난 5일 주택·건설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주택 관련 법령 등에서 보유 주택 수에 따라 차별을 두는 것이 적절한지 전체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시장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 장관의 발언은 기획재정부가 지난 2월 발표한 2주택자·임대소득 2000만원 이하인 임대주택 사업자에 대해 14% 세율의 분리과세를 적용하는(2년 유예) 방안을 완화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
기재부는 임대차시장 정상화를 목표로 대책을 내놓았다가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은 뒤 수 일 만에 방침을 수정했지만, 정책이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국토부 장관의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말 그대로 '진퇴양난'에 처했다.
기재부는 서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관계부처 등으로부터 구체적 검토제안이 없었으며 기존 방침에서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부동산 시장 활성화'라는 여론에 밀려, 기존 정책 노선을 수정해야 하는 형편으로 내몰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 듯 기재부 내에서는 '재수'는 여론을 반영한다는 의미에서 넘어간다고 치더라도 정책 방향을 두 번이나 수정하는 '삼수'를 하게 된다면 관련자들이 책임을 져야하는 사태까지 치닫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을 정도다.
□ 국토부-기재부 '엇박자'…"누구 말이 진실인가" = 정부 부처 간의 엇박자 행보에 정작 속이 타들어 가는 것은 임대소득자들이다. 기재부가 2·26 임대시장 선진화 방안을 보완하겠다며 들고 나온 3·5 대책으로 시장에서는 '조세저항' 움직임까지 감지됐다.
2·26 임대시장 선진화 방안이 그동안 세금을 내지 않았던 임대사업자들에게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자 기재부는 과세 방안을 2년 유예하고 지난 소득에 대한 세부담은 문제삼지 않겠다는 내용의 보완책을 내놓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동안 성실하게 임대소득을 신고하고 세금을 냈던 임대소득자들이 반기를 들었다. 정부 정책이 탈세자는 용인하고 성실납세자는 바보를 만드는 속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재부도 일정 부분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것에 대해 인정했지만 그 이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은 채 상황을 관망해 왔다. 이 와중에 서 장관이 보완책 마련을 시사했고 기재부가 '검토한 적 없다'고 반박하면서 정책 신뢰성을 더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오는 11일 새누리당 안종범 의원 주최로 열리는 '주택 임대소득 과세 완화 방안에 대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각자의 입장을 개진하기로 한 만큼 '절충점'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2주택자 전세금 과세 방안 백지화', '3주택자 임대소득 분리과세', '분리과세 기준점 상향(연 임대소득 2000만원에서 3000만원)'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주 임대소득 과세정책 방향을 결정짓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토론회 이후 바로 결정해 과세 방안을 의원입법안으로 국회에 제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로서는 정부(기재부)의 입장은 바뀐 것이 없다. 임대소득 과세완화 측면에서는 아직까지 부정적"이라며 국토부와는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 '헛다리' 짚은 국토부-기재부(?) = 3주택자 이하·임대소득 2000만원 이하 사업자에 대한 과세 방안을 완화하겠다는 서 장관의 입장표명에도 시장은 의외로 잠잠한 분위기이다.
기재부가 애초에 발표했던 2주택자 이하·임대소득 2000만원 이하 사업자에 대한 분리과세 방안과 보완책이 시장의 거센 반발을 일으켰던 이유는 근본적인 대책이 없는 '설익은' 대책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그동안 세금을 내지 않았던 임대소득자에 대한 세원을 양성화해 제대로 과세하겠다는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투기가 아닌 임대소득을 생활비로 사용하는 은퇴자들이나 전업주부 같은 경우에는 느닷없는 '세금폭탄'에 대한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장치를 전혀 마련해 놓지 않았다.
게다가 임대소득 과세로 인해 건강보험료도 덩달아 인상되면서 생계형 임대사업자에게는 부담이 배로 가중될 우려가 제기됐지만 이에 대한 대비책은 물론 직장가입자들과 지역가입자들 간의 불공평성을 줄일만한 대책도 없었다.
기재부가 발표한 3·5 보완책은 과세를 2년 유예하고 필요경비를 45%에서 60%로 확대해 세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었지만 이 역시 여론의 질타를 피하지 못했다. 조세형평성 원칙에 어긋난 것은 둘째 치더라도 필요경비를 일률적으로 60%로 설정한 것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리과세를 2주택자 이하만 적용할 것인지 3주택자 이하만 적용할 것인지를 놓고 정부 부처 등이 티격태격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2주택자 이하만 적용하든, 3주택자까지 적용하든 그동안 세금을 내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과세를 하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세원 노출', '지하경제 양성화' 신호로 받아들여 시장이 전처럼 활성화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KD D&C 김기덕 대표는 "임대소득에 대해 과세를 한다는 것은 임대소득자들을 사업자로 등록한다는 얘기인데 그렇게 되면 시장이 활성화되기는 어렵다"며 "과세 방안이 시행되면 시장에 당장 타격은 있겠지만 1년이 지나면 다시 정상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대표는 "정부가 세금을 걷으려면 주택임대사업자들에게 각종 혜택을 주는 대신 5년 간 임대주택을 양도금지하는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며 "세금은 세금대로 내고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규정은 그대로 둔다면 시장이 더 침체될 것이다. 시장에서는 3주택 분리과세 이런 것보다는 이런 유해규정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