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조세개혁소위, 양도세 부과로 의견 합의
파생상품 '손실' 때 합리적 과세 방법이 쟁점
투기 성향 억제, 긍정적 측면도 있어
"금융시장 빅뱅(big bang)을 예고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현재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최근 금융시장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파생상품 양도소득세 부과 문제를 두고 한 시장 참여자가 이렇게 말했다.
파생상품은 주식, 채권,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으로 2000년대 초반 이후 과세 논의가 계속돼 왔다.
10일 금융조세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금융조세포럼(회장: 김도형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은 뜨거운 현안 중 하나인 '파생상품 양도세 과세'를 주제로 토론을 열었다.
한국 파생상품 시장은 한때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전 세계 거래량 1위를 기록했으나 금융 위기 후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며 현재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과세 논의가 수면 위에 오르며 시장의 거센 반발에 부딪치기도 했다.
올 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개혁소위원회에서는 파생상품 양도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향후 법 개정 작업이 추진될 전망이다.
파생상품 과세 문제는 그동안 거래세와 양도세 사이에서 논의를 거듭해 왔다. 이날 발제를 맡은 변혜정 서울시립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거래세의 경우 세수 효과가 뛰어나지만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많다"며 "거래세, 양도세 둘 다 세수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양도세의 경우 거래량 감소는 비교적 적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문제는 손실이 났을 때 이에 대한 과세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쟁점이 남는다. 특히 파생상품은 위험 헤지(hedge)를 위해 다른 상품을 매입할 수 있는 복잡한 구조를 지니고 있어 2개의 상품에서 수익과 손실이 동시에 났을 때 이를 상쇄하는 것이 모호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송상우 법무법인율촌 회계사는 "납세자 스스로 소득을 신고해 자진 납세하는 문화가 형성돼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변혜정 교수는 "손실을 인식하는 것은 코스트(cost), 즉 행정 비용의 문제이다. 납세자도 코스트를 부담할 수 있다"며 "우리는 코스트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현재 파생상품 양도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미국, 영국, 일본, 브라질 등이다.
변혜정 교수는 "선진국에서 양도세 과세를 시행하는 이유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기본 원칙에 따른 것이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거래세와 비교할 때 양도세 과세가 긍정적 측면이 더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화택 한국예탁결제원 연구위원은 "독일에서는 투자자가 자주 사고판 뒤 생기는 차익에 대해 20% 이상의 높은 세율을 매기는데 이는 하나의 규율로 작용해 장기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 한국인의 투기적 성향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