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자유롭게 이야기한 것"…일부 의원 "총리 돼도 걱정, 자진사퇴"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반민족적 망언으로 논란이 증폭되자 여당인 새누리당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야당이 일제히 반발하며 즉각적인 사퇴와 지명철회를 거듭 요구하자 문 후보자를 옹호하는 당 지도부와 달리 일부 의원들이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것.
일제 식민지 지배와 남북분단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고 제주 4.3사건을 "공산주의 폭동", "위안부에 대해 일본의 사과를 받을 필요 없다"는 발언들이 공개되면서 청와대가 여론 추이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나타내자 당 지도부는 문 후보자를 적극 옹호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12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나와 문 후보자 발언에 대해 "'우리가 좀 잘해보자, 앞으로 미래 지향적으로 우리 민족이 더 잘하자'는 뜻이 아니었을까 싶다"면서 "악의를 가지고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두둔했다.
윤상현 사무총장은 "정치인이 마음껏 말하듯 언론인들도 자유롭게 얘기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 아닌가. 그런데 예전에 그 몇 마디 가지고 삶을 재단하고, 생각을 규정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는 경악스러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비상대책위원인 정문헌 의원은 문 후보자 발언에 대해 "이런 심각한 발언들이 특강에서 쏟아져 나왔다. 대한민국 사람의 말이 맞는지 의문이 갈 정도"라며 "본인의 역사인식 및 사관에 대한 솔직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문회 절차도 있겠지만 그 절차가 통과되더라도 이러한 역사 인식을 갖고 있다면 국정운영의 앞날이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청와대의 인사검증과 관련, "인사검증 시스템에 심각한 오류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지난번 안대희 총리 후보 검증에도 조금 실패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며 "인사검증시스템 하자와 오류로 인해 국민들로부터 잃게 되는 신뢰가치는 지지율 몇 프로 하락으로는 비할 수 없는 정도의 큰 손실이다. 청와대뿐 아니라 당 차원에서도 대안과 개선안을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7.14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김상민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문 후보자에 대해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역사관·민족관을 가졌고 국가개조· 적폐해소·관피아 척결의 적임자가 아니다"며 "변화와 통합의 적임자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박근혜 정부 1기를 실패로 규정, "핵심은 인사 실패다. 국민들이 가장 비판하는 것이 인사문제인데 조금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며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계속되는 인사참사는 인사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인사를 주도하기 때문"이라고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의 책임을 물었다.
김성태 의원도 CBS 라디오에 나와 "일제 침략을 정당화하는 식민사관을 그대로 옹호하고 미화하는 것은 대단히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의 지명철회와 관련해 김 의원은 "(부정적인) 여론이 있다고 해서 바로 철회할 사안은 아니다"라면서도 "국민적 여론이 총리로서 적합지 않다면 본인이 판단해야 한다"며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다만, 뉴라이트 계열의 하태경 의원은 식민지 근대화론을 바탕으로 한 문 후보자의 발언을 적극 비호했다. 하 의원은 자신의 SNS 계정에 "야당과 좌파가 문창극 총리 후보자에게 친일 딱지를 붙이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그의 발언이나 글을 자세히 보면 그는 친일이 아니라 극일"이라며 "대한민국을 열렬히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