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10일 서울대학교 IBK커뮤니케이션 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문창극(이하 문 후보자) 총리' 카드가 인사청문회를 열기도 전에 또 다시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
일본 식민지배 정당화 망언에 이어 '책임총리제, 그런 것은 처음 듣는 얘기'라고 하는 등 자질을 의심케 하는 발언까지 나오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로 국가적 과제로 대두된 공직사회 개혁과 '관피아 척결' 등을 수행해낼 능력을 겸비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상당수다. 이는 행정과 정치 경험이 전무한 문 후보자가 국정을 총괄하고 험난한 정부 개혁을 이끌어낼지에 대한 반문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때문에 '관가'의 기류도 심상치 않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라 어떨지 모르겠다"며 새 총리 후보자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는 시각이 지배적이었고, 심지어는 "누군지 모르겠다"라는 언급까지 나오면서 안팎으로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 역사인식 논란 = 발단은 이렇다. 문 후보자는 지난 2011년 자신이 장로로 있는 서울 온누리 교회의 특별 강연에서 "'하나님은 왜 이 나라를 일본한테 식민지로 만들었습니까'라고 항의할 수 있겠지만 하나님의 뜻이 있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해석하기에 따라 일본의 식민지배를 정당화 하고 있는 발언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많다.
문제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역사인식 발언에도 불구, 문 후보자가 사과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해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우리 군경에 의해 양민학살로 결론 내려진 4.3 민주항쟁과 관련해서도 공산주의자들의 반란이라고 규정해 우리 국민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역사관을 드러냈다. 지난 4월 서울대 강연에서는 '일본으로부터 위안부 문제 사과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에 기름을 제대로 끼얹었다.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문 후보자는 "논란이 되고 있는 글들은 언론인 출신의 자유 기고가로서 쓴 것이고, 강연은 종교인으로서 교회 안에서 한 것이어서 일반인의 정서와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다"면서 "그런 점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생긴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특히 책임총리 발언도 논란이다.
문 후보자는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기자들의 책임총리 관련 질문에 대해 "책임총리제, 그런 것은 처음 듣는 얘기"라고 대답했다.
이에 문 후보자가 국무위원 제청권 행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며 논란을 더하고 있다. 국무조정실에서는 '책임총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한 취지는 책임총리는 법에서 정한 용어가 아니라는 의미'라는 해명자료를 배포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의 불씨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안대희에 이어 또 '낙마(?)' =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여론의 강도높은 인사검증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과거 역사인식 발언 등으로 인해 총리로서의 자질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사진은 안대희 전 대법관 총리 지명 당시 모습.
□ 문창극, 낙마 기로에 서다 =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야당은 문 후보자를 "건국 이래 최대 인사 참사"라고 공격하면서 총리 부적격성을 꼬집었다.
12일 박광온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KBS 9시 뉴스에 나온 영상과 관련해 일제 식민지배와 민족분단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취지로 말한 문 후보자의 발언은 건국정신과 헌법을 부정하는 극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후보자의 발언은) 일본 극우 역사 교과서보다 반역사적이고 반민족적인 내용"이라며 "우리 민족성을 비하하고 자주성을 왜곡하는 것은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고 국격을 조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에 이어 문 후보자도 인사청문회라는 선을 넘기도 전에 낙마할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실제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 문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보이콧' 해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서 이종걸 의원은 "자진 사퇴가 가장 옳지만 새정치연합이 정상적으로 인사청문회를 수용하는 것은 생각할 문제다. 청문회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권에서는 문 내정자가 결국 자신의 발언으로 낙마하지 않겠냐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12일 새누리당 정문헌 비대위원은 문 내정자의 발언을 거론하며 "본인 역사인식과 사관에 대한 솔직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며 "청문회 절차도 있지만 그 절차 통과되더라도 이러한 역사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국정운영 앞날 걱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문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 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오를 수도 있음을 고려할 때 일단은 '지켜보자'는 의견이 대다수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12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시작 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문 후보자 발언)악의를 가지고 (말)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앞으로 반성하고 좋게 가자는 뜻으로 한 이야기로 본다"고 말했으며, 같은 당 서청원 의원도 "신앙 간증은 보편적으로 하나님께 모든 것들을 귀납시키는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차분한(?) '관가' = 한편 정부부처가 몰려있는 세종관가는 문 후보자 소식에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다. 주로 '인사청문회 통과는 무난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다만 문 후보자에 대한 하마평이 전혀 없었던 터라 뜻밖이라는 반응이 총리 내정 이후에도 쏟아지고 있다.
한 중앙부처 관계자는 "이미 앞선 후보가 낙마한 상황인데 한 번 더 낙마한다면 나라꼴이 뭐가 되겠느냐"며 "왠만한 부적격사유가 있지 않다면 임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언론사와 트러블 없을 것 같은 사람이라는 점이 배경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빨리 청문회 통과해서 (총리가)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행정과 정치 경험이 전무한 문 후보자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또 다른 중앙부처 관계자는 "언론만 하셨던 분이 (정치 등) 잘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언론계에서는 유명할지 모르겠지만 공직사회에서는 크게 알려지지 않은 분이라서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 까 싶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