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국채·외환 등 파생상품시장 확대 추진
선물업계 "은행 직접거래 허용시 큰 타격 예상"
금융 당국이 파생 상품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신상품을 출시하고 은행의 직접매매를 일부 허용키로 했다.
다만 과거 파생 상품으로 인한 대량 손실 사태를 계기로 개인 투자자에 대한 규제와 교육은 강화될 방침이다.
파생 상품은 주가, 환율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실물경제를 지원하고 고수익 거래를 추구하는 장점이 있지만, 위험성이 큰 탓에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system risk)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현재 한국의 파생 상품 거래량은 세계 8위로 국내총생산(GDP) 순위 15위와 비교할 때 상당히 발달해 있지만, 금융 위기 당시 환율 연동 상품인 키코(KIKO) 부실 사태와 지난해 한맥투자증권의 주문 오류 입력 등 대형 금융 사고를 동반하기도 했다.
17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올해 안에 선물(先物) 시장을 확대하고 V-코스피200 선물, 섹터 지수 선물, 달러 야간 선물 시장을 연다고 밝혔다. 향후 1~2년 안에는 20년 만기 국채 선물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V-코스피200 선물은 미래 주식시장의 변동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를 연동시킨 상품이며 섹터 지수 선물은 주식시장 상장회사 업종별로 투자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코스피200 야간 선물 시장은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24시간 매매 시스템을 대여받아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상장지수증권(ETN:Exchange Traded Note)을 도입해 투자수요를 확충할 예정이다. ETN은 주가에 연계되는 파생 상품 ELS(Equity Linked Securities)의 구조를 다양하게 설계한 상품. ELS와 비교해 단순하며 만기 이전 반대매매를 할 수 있다.
단, 금융위는 신용 위험을 줄이기 위해 투자 매매업 인가 3년 이상 유지, 자기자본 1조원 이상, 신용 등급 AA마이너스 이상 등 발행 기업의 자격 기준을 정했다. 초기 시장 규모는 약 1조원이 될 것으로 금융위는 전망했다.
금융위는 또 은행이 증권사나 선물사를 통해 중개 매매를 해야 했던 20년 만기 국채 선물, 달러 야간 선물을 한국거래소에서 직접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3년, 5년, 10년 만기 국채 선물을 포함해 유로, 엔 선물 및 옵션도 단계적으로 허용해 나간다.
이현철 자본시장국장은 "은행의 중개수수료가 연 100억원인데 장내 거래가 허용되면 전체 파이(pie)가 커진다. 은행이 장외거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를 장내로 들여와 시장 규모를 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에 대해 선물 시장에서는 실적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회사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선물 시장이 위축되면서 증권사에 흡수합병되는 분위기이다. 만일 은행의 직접매매가 허용돼 수수료가 줄면 선물사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시장 규모가 전체적으로 커질 것이란 예측은 장담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은행이나 증권사 계열이 아닌 독립 선물사는 KR선물뿐이다. 올해 1분기 약 15억원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한편, 금융위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기를 막기 위해 '적격 개인 투자자 제도'를 도입한다. 실질적인 투자 능력을 갖춘 개인 투자자에게만 파생 상품 시장에 진입을 허용한다. 단, 신규 진입에 한한다.
신규 진입이 제한되는 개인 투자자는 투자 경력 1년 이하, 금융자산 50억원 이하인 일반 투자자들이다. 신규 진입을 위해서는 사전 교육 및 모의 거래를 이수해야 한다.
만일 예탁금 3000만원 이상을 맡기면 코스피200 선물 등 단순 거래가 부분 허용된다. 거래 경력이 1년 이상이면서 예탁금 5000만원 이상을 맡기면 기타 선물 및 옵션거래도 허용된다.
기존 투자자도 일정 기간 이상 거래를 중단해 투자 적격성이 소진됐다고 판단된 경우엔 다시 교육을 받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