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재계 '법인세 인하' 한 목소리…정부도 '공감'

◆…20일 조세일보 주최로 열린 '중장기 조세개혁방안 토론회'에서는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대안으로 법인세 인하가 제시됐다. 학계와 재계는 법인세율 인하, 비과세·감면 확대, 세무조사 예측가능성 강화 등의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으며 김낙회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또한 이들 의견에 공감했다.

"성장잠재력 확충 위해 법인세 인하 필요"

20일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 재무인포럼(회장 박수환 삼일회계법인 대표) 공동주최로 서울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중장기 조세개혁방안 토론회'에서는 경제활성화와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법인세율 인하를 포함한 경제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조세지원정책이 필요하다는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이날 토론회 주제발표를 맡은 곽태원 서강대 명예교수는 '중장기 조세정책의 여건과 방향'이란 발제문을 통해 "법인세 법정최고세율과 평균세율을 경쟁적인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곽 교수는 "단기적으로 세수감소를 가져올 수 있지만 중기적으로는 기업투자 확대, FDI 유입증가, 이익유입, 수출경쟁력 강화 등으로 법인세수의 증가는 물론 고용과 성장의 개선에 따른 소득세나 부가가치세 등 전반적인 세수확대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아울러 곽 교수는 급속한 고령화와 늘어나는 복지수요, 안전 관련 지출 비용 확대 등으로 인해 재정확보 중요성이 커진다고 강조한 뒤, 세수기반을 확대하기 위해선 증세보다는 법인세율 인하로 인한 성장잠재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 교수는 "법인세 비중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부가가치세 비중을 서서히 높여가는 방향의 조세정책운용이 필요하다"며 "법인세 인상을 정의로운 세금이라고 하는데 이는 전혀 정의로운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급속히 진행되는 고령화로 인해 가계저축으로 성장잠재력을 확보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한 곽 교수는 "외국자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다국적 기업들은 명목세율이 낮은 나라로 이전가격 조작을 통해 이익을 이전하고 있다"고 강조, 법인세를 인하하는 세계추세를 반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계, '법인세율 인하' 큰 틀 공감
각론에선 '비과세·감면 확대' 등 의견

이날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재계인사들은 곽 교수의 법인세율 인하 취지에 공감을 표했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최저한세율이 다른 국가보다 높은 점을 지적하며 국민 여론상 법인세 인하가 힘들다면 최저한세율이라도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송 본부장은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세 부담을 늘리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정부가최저한세를 인상하고 비과세·감면과 세액공제를 축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저한세율이 17%이고 법인세 명목세율이 22%인데 기업들이 너무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의 조세정책이 비과세·감면을 없애는 것이라면 최저한세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국내기업 뿐 아니라 해외기업도 명목세율에 왔다갔다 하는 마당에 법인세를 인하안하고 공제를 줄이면 내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상철 중소기업중앙회 박사는 법인세율을 인하하고 개인이 내는 소득세율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박사는 "소득세율은 OECD 국가 평균에 미치지 못하지만 법인세율은 평균에 근접하다"며 "이 얘기는 결국 개인 소득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재형 안진회계법인 전무는 큰 방향에서는 법인세율 인하로 가되, 인하가 힘들다면 비과세·감면을 축소하는 정책방향을 수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 전무는 "법인세율을 인하하면서 비과세·감면을 축소하면 원래 지원하고자 했던 업종이 아닌 다른 업종에 세제지원을 하는 셈이 된다"며 "적정수준의 비과세·감면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외국으로 진출한 기업에 대해서 배당에 세금을 부과하는데 OECD 국가들의 상당부분이 외국 자회사가 모회사에게 지급하는 배당에 대해선 세금을 면제하고 있다"며 "이 부분도 중장기적으로 고민해봐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태규 한국공인회계사회 상근연구위원은 안정적 세입기반 확충을 위해 회계투명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연구위원은 "소득과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득의 정확한 측정이고, 이를 위해서는 회계투명성이 전제돼야 한다"며 "수익과 비용의 투명성은 세원투명성을 제고하고 납세자에 의한 자발적인 성실신고를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은 황춘섭 조세일보 대표이사(사진)는 "애플은 매출의 90%정도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는데 해외에서 번 돈을 미국으로 가져 가지 않고 있다. 미국 국회에서 이것이 문제가 돼 애플 CEO에게 소득을 미국으로 가져오라고 하자 CEO는 세금을 낮춰달라고 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에서는 30% 정도의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애플이 해외에서 번 돈을 미국으로 가져가지 않는 것인데 이것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애플이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미국으로 가져가지 않는다면 미국 경제와 국민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김낙회 실장 "성장지향형 조세정책 방향, 정부 방향과 같다"

곽 교수와 패널들의 법인세 인하, 최저한세 인하 등의 의견을 들은 김 실장은 "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것과 방향성에서 큰 차이는 없다"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 실장은 "정부 입장에서는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조세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분배에 대한 측면도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고령화와 저성장 기조 속에서 늘어나는 재정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성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기서 제기된 의견들은 다 일리가 있고 정부도 문제인식을 같이 하고 있지만 다른 여건 때문에 반영이나 개선을 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