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사진)이 하나-외환은행의 통합 논의에 대한 군불을 뗐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3일 서울역 인근 한 식당에서 가진 출입기자단 오찬에서 "이제 통합 논의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며 "물론 양행 행장과 직원부터 논의하고 이사회와도 논의해야 할 사안이지만 통합을 논의할 시점은 맞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이 2012년 외환은행을 인수하며 향후 5년간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보장한다고 합의했지만 약속한 기간의 절반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는 통합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맞다는 것.
김정태 회장은 중국과 인도네시아 법인을 둘러 보고 이날 아침에 한국에 도착한 탓인지 상기된 표정이 역력했지만 해외 현장 방문을 통해 어느 정도 통합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눈치였다.
김 회장은 "금융은 통합해야지 코스트를 줄이고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인도네시아와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양행의 통합 작업을 그 사례로 제시했다.
김 회장은 "인도네시아에서 오늘 귀국했는데 은행 임직원과 현지 한인회 회장, 상공회의소 회장 등 고객도 진작 합치는 게 나았는데 너무 늦었던 같다고 하더라"며 "3월에 통합을 했는데 빠른 속도로 성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나금융의 글로벌전략실장을 맡고 있는 권오훈 전무에 따르면 지난 3월 출범한 인도네시아 외환·하나 통합법인(PT Bank KEB Hana)이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통합법인의 경우 외환 법인의 IDR(인도네시아 루피화) 여유자금의 국공채 투자 운영자금을 통합 후 대출재원으로 활용해 연간 70억원의 이익 기여 효과를 내고 있으며, 한국계 기업고객 종업원 급여이체 1만6000계좌 유치, 해외 근로자 급여계좌 및 송금서비스 신청 실적 1400명 유치 등을 가시적인 성과로 들었다.
이는 외국환분야에 강점이 있는 외환은행과 현지 리테일 영업에서 우위를 지키고 있는 하나은행 간에 시너지가 본격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분석.
이런 추세라면 현재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48위에 머물고 있는 통합법인이 내년에는 40위, 2025년에는 20위권으로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경우도 통합법인이 급속도로 추진되며 7월중 중국 은감회 내인가 승인과 10월경 개업승인 및 개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통합을 하게 되면 중국 내 외자계 은행 중 16위에 오르게 되는데 2025년까지 5위로 부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통합법인의 명칭은 중국 정부가 모그룹의 명칭을 따라가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하나'라는 이름을 쓸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하나금융의 아킬레스건이 바로 카드부문이다"며 "신한금융과 비교했을 때 8500억원 정도 차이가 나는데 이 중에 6500억원 정도가 카드부문에서 차이가 났다"며 "카드통합으로 이러한 격차를 줄일 수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의 CFO를 맡고 있는 이우공 부사장은 "올해 1분기 실적을 신한과 비교했을 때 3600억원 정도의 차이가 나는데 은행의 이자와 수수료 등 일반이익은 비슷한데 카드부문에서 90% 이상 차이가 났다"며 "카드통합 첫해에는 감가상각 등 요인으로 적자가 나겠지만 그 이후에는 수익성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부사장은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이후 국내 금융시장은 예상과 달리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데 투뱅크 체제가 너무 오래가다 보니 시너지가 제대로 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외환은행의 경우 은행별 당기순이익의 규모가 급격히 떨어지며 생존기반이 현저히 약화되고 있으며 외국환 부문 1등의 입지도 상실되고 있다. 또 하나-외환은행은 경쟁은행인 신한에 대비해 약 1.5배나 빠른 속도로 이익기반이 훼손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 회장은 "지금 세계적으로 저성장 저수익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으며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한 순간이다"며 "인도네시아 등 통합법인을 보니 이제 통합 논의할 시점이 맞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회장은 김종준 하나은행장의 추가제재와 관련해서는 "본인의 판단에 맡겨야 되는 것 아니겠냐"며 말을 아꼈다.
한편 이날 간담회가 있던 식당 외곽에는 외환은행 노조원들이 카드통합에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펼쳐, 김 회장이 역설한 양행 통합논의에 대한 가시밭길을 예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