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 원 되면 통신비 줄까..고가요금제 보조금 집중, 출고가 거품 우려
소비자에겐 조삼모사될 수도..보조금, 요금, 단말기 가격 종합해야
오는 10월 1일부터 단말기 보조금을 소비자가 알기 쉽게 사전에 공시하는데 법상 어디까지 허용할지 논란이다.
지금은 27만 원이상 주면 불법인데,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는 얼마로 할지 이르면 10일 결정한다. 방통위에서는 △27만 원 유지안과 △40만 원 이상 안이 부딪히면서 △차라리 금액을 정하지 말고 ‘27만 원에서 50만 원 등 범위만 정해 고시하자’라는 대안까지 언급된다. 높이자, 낮추자 주장이 난무하니 일단 피하고, 그때그때 시장 상황을 보면서 방통위가 고시로 정하자는 얘기다.
그러나 방통위가 세부 사안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소비자 피해가 되려 커질 우려가 있다. 대세인 40만 원 이상 보조금 상한액만 봐도 그렇다.
◇40만 원 되면 가계통신비 줄까…고가 요금제 집중·고가 단말기 우려
안정상 새정치민주연합 미방위 전문위원은 “보조금 상한액은 40~45만 원 정도가 적합하다”고 말했다. 현재의 27만 원은 2009년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 정해진 금액이니, 높이자는 얘기다.
하지만 40만 원 이상 되면 한 달에 6만 7000원 이상 내는 고가 요금제 가입자에게만 보조금이 집중될 우려가 있다. 제도상으로 더 쓸 수 있게 되면, 기업의 생리상 가입자평균예상이익(ARPU)을 끌어올릴 수 있는 고가 요금제 가입자에게만 보조금을 집중할 것이란 얘기다.
따라서 보조금 상한액을 얼마로 하느냐보다 한 달에 3만 4000원 내는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들에 대한 보조금 차별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고시가 필요하다. 즉 상한액 자체가 얼만큼 높느냐가 아니라, 34 요금제가입자도 예전에는 거의 못 받았던 보조금 혜택을 볼 수 있는 ‘요금제별 보조금 정률제’를 고민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특히 40만 원을 넘는 보조금은 단말기 출고가 인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올해 초 영업정지 기간 이통3사의 보조금이 27만 원 이내로 진정되자, 제조사들은 잇따라 단말기 출고가를 내렸다.
또한 시장 과열 시기에 집행된 보조금(42.7만 원)에 근접한 상한액은 30% 가까이 요금이 싼 알뜰폰 시장을 죽일 수 있다. 돈 없는 알뜰폰 사업자들은 보조금을 이통3사 만큼 마케팅 비용을 못 쓴다.
통신사 관계자는 “방통위가 고시하는 보조금 상한액이 40만 원 선이 되면, 67, 75, 85요금제 같은 고가로 가입자를 유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종원 YMCA 본부장은 “방통위가 조사한 평균 보조금(42.7만 원)을 고려하면 40~50만 원으로 상향돼야 하나, 단말기 출고가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당장은 30만 원 정도로 높이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통신3사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정체돼 있는 가운데, 통신장비(단말기)의 가계통신비 비중은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폰의 인기 덕분인데, 2014년 4월 기준 스마트폰 이용자는 전체 이통 가입자의 70% 수준이다. 결국 가계통신비 인하는 단말기 출고가 인하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처: 정보통신정책연구원.
◇40만 원 되면 누가 이익일까…유통점 파파라치 개선돼야
40만 원 이상으로 상한선이 정해지면 좋은 점은 있다. 소비자들로선 보조금은 더 받는 대신 고가요금제에 출고가 부풀리기는 여전한 ‘조삼모사’가 될 가능성은 있지만 말이다.
일단 보조금을 27만 원보다 조금 더 썼다고 이통사들로부터 건당 1000~2000만 원 벌금을 내라는 협박을 받았던 대리점이나 판매점들은 구제된다.
보조금과 요금, 단말기 출고가 등을 종합해 가장 소비자에게 유리하고, 동시에 유통점에 가해지는 가혹한 규제도 피할수 있는 길은 없을까.
제조사 출고가 인하를 위한 ‘제조사-통신사 보조금 분리 고시’ △‘보조금 상한 중간조정(30~35만 원)’과 ‘요금제별 보조금 정률제’를 통한 저가 요금제 및 알뜰폰 활성화 △중소 유통점에 대한 규제 유예 및 단말기유통법·개인정보보호법 교육·홍보를 위한 민관합동 예산 마련 등이 필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