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서글한 인상에 옆집 아저씨와 같은 소탈한 말투.
그와 격 없는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당장이라도 술집으로 자리를 옮겨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고 싶은 생각이 든다.
33년간의 긴 공직생활 중 절반에 가까운 15년을 오로지 세무조사 분야에 헌신하며 국세청 최고의 '조사통' 중 한 명으로 명성을 쌓았던 한창수 전 동대문세무서장(사진)이 세무그룹 세헌(稅憲) 대표로 제2의 인생을 활짝 연다.
공직을 떠난 지도 벌써 열흘이 흘렀다며 솔직히 세무사로서의 자신의 모습이 아직은 낯설다는 한 전 서장. 하지만 그는 국세공무원에 대한 아쉬움보단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열정이 앞서 있었다.
또한 세무조사 분야에서 관리자 역할만 한 것이 아니라 직접 몸으로 납세자의 애환을 함께 해야 하는 조사팀장 자리에서 10년, 조사반장 자리에서 5년 간 있었기에, 실무지식은 물론 납세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 또한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는 그의 말에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지난달 27일 퇴임식에서 "청년시절 우연히 발을 들여 놓고 국세청에서 30년이 훌쩍 넘은 세월을 살아왔다. 초일류 국세청의 일원으로 잘 지내다 간다"는 짧은 인사말을 남기고 떠난 한 전 서장.
그는 8일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세청 조직과 그 안에서 일하는 후배들 보기에 우스운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국세청 밖에서도 홍보요원이 되어 뛸 것이고, 후배들이 오는 길을 잘 닦아 놓는 선배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항상 납세자의 입장에서…" = 사업자 등록번호 조회시스템을 창안한 것은 한 전 서장의 수많은 업적 가운데서도 '백미(白眉)'로 꼽힌다.
1999년 당시 사업자들은 자신의 거래상대방이 일반과세자인지, 간이과세자인지, 면세사업자인지, 휴폐업사업자인지, 계속사업자인지 등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해 거래 후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非一非再)했다.
이에 한 전 서장은 국세청 부가가치세과에 근무할 당시, 국세청 홈페이지에 사업자 등록번호만 입력하면 납세자의 상태를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당시 사업자들이 거래를 함에 있어 세금계산서를 잘못 받아 몇 년 뒤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다"며 "거래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는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해 사업자 등록번호 조회시스템을 창안했다"고 전했다.
한 전 서장은 이에 대한 공적을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국세청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입사 5년차에 겪었던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꼽았다.
그는 "반포세무서 소득세과에 근무할 당시 세금면탈을 위해 제3자에게 허위로 재산을 돌려놓는 사해행위에 대한 취소소송이 기억에 남는다"며 "당시 국세청에는 이에 대한 선례가 전혀 없어, 한 달에 한 번씩 준비서면을 제출하고 증인 신문도 직접하며 사례를 만들어 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년에 걸친 소송 끝에 결국 채권을 확보할 수 있었는데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가장 뿌듯하고 기억에 남는 일"이라고 전했다.
□ "조사 분야, 내 손안에 있소이다" = 한 전 서장은 조사팀장으로만 10년을 지낸 베테랑. 조사반장으로도 5년을 지내 도합 15년을 조사 분야에서 근무했다.
그는 "조사와 관련해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무엇을 볼 것인지는 훤히 꿰뚫고 있다"며 "국세청에서 익힌 실무 감각이 세무사를 함에 있어서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자신했다.
한 전 서장은 조사 분야에 능통한 것뿐 아니라 합리적 과세를 하는 것으로도 국세청 내 정평이 나 있었다. 이 때문에 때론 직원들로부터 '봐주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는 한 전 서장.
그는 "내가 조사한 건에 대해서는 불복청구가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며 "무대포 과세가 아닌 법리를 엄밀히 따진 합리적 과세를 했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이 가끔 아군인지 적군인지 헷갈린다고 할 정도로 빈틈없는 과세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상의 한계로 납세자를 도울 수 없었던 부분이 아직까지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며 "하지만 최대한 납세자들이 억울한 일이 없도록 검토에 검토를 거쳐 관세논리에 대해 고민해 왔다"고 전했다.
□ 세금의 해(害)가 없도록… = 한 전 서장이 직접 작명했다는 세무그룹 '세헌'(稅憲). 그의 새로운 둥지다. 그는 각종현장에서 체득한 실무경험과 이론을 바탕으로 세금의 해(害)가 없도록 밝은 눈(目)과 맑은 마음(心)으로 납세자를 지키겠다는 마음을 그대로 담았다고 전했다.(憲 = 害+目+心)
이어 "수십 년간 국세청 핵심 분야와 조사현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론과 실무경험을 가진 세무사들이 모인 전문가 집단"이라고 세무그룹 세헌을 소개한 뒤 "납세자의 파수꾼으로서 정직과 신용을 최우선으로 하고 세무당국과 상생의 조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제도상의 문제로 어려움을 느꼈던 납세자들의 권리를 찾아주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짧은 소감을 전했다.
동대문구 신설동 101-7번지(503호)에 위치한 세무그룹 세헌의 개업소연은 오는 14일(월) 11시부터 9시까지 열릴 예정이다.(문의 전화 02-921-5500)
한창수 전 동대문세무서장은…
▲1956년 ▲서울 ▲일반공채(7급)
▲울산세무서 총무과, 서울지방국세청 특별조사국, 경인국세청 조사국, 국세청 부가가치세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 순천세무서 세원관리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1과3계장,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2과2계장,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1과3계장, 강릉세무서장, 동대문세무서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