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첫 시행된 일감몰아주기 과세 제도의 문제점이 곳곳에서 드러나며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일감몰아주기 과세와 관련된 개정사항은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재 검토가 한창 진행 중인 '2014년 세법개정안'은 내달 초 발표될 예정이며, 이번 세법개정안에 일감몰아주기 과세 제도와 관련된 내용은 검토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 과세에 대한 문제점은 이미 중소기업에 대한 부담을 현저히 완화시켰기 때문에 더 이상 손 볼 곳이 없다"며 "특별히 일감몰아주기 과세에 대해 건의가 들어온 것도 없어, 올해 세법개정안에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처음 시행된 일감몰아주기 과세 제도는 특수관계 법인 간에 일감을 몰아주는 식으로 부(富)를 이전하는 변칙적인 증여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일감을 받은 수혜 법인과 일감을 준 특수관계 법인의 거래 비율이 일정 비율을 넘으면, 수혜 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일정 이익을 증여받은 것으로 간주해 과세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타겟으로 삼았던 재벌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들이 대거 과세대상에 포함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해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시행한 결과, 중소·중견기업이 납부한 세액이 전체의 60%를 차지해 중소·중견기업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
이에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과세요건을 부랴부랴 변경하며 중소·중견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했다.
과세대상 여부를 판단할 때 적용되는 요건 중 특수관계법인거래비율은 50%(지난해 30%)로, 주식보유비율은 10%(지난해 3%)로 각각 조정하고, 수혜법인이 중소기업인 경우에는 중소기업간 거래금액을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신고대상자는 2800명으로 지난해 보다 7500명 감소했고, 이중 신고대상 중소기업인은 850명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90% 감소했다.
하지만 재계 안팎에선 일감몰아주기 과세 제도가 업종별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여전히 개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단순히 기업규모를 바탕으로 정상거래비율을 나누는 것보다는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내부거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정상거래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제품·상품 수출은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는 반면 용약 수출은 과세대상에 포함시키는 점, 해외 소재 현지법인을 통하면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나 국내 소재 법인을 통과하면 과세대상이 되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밖에도 세후영업이익이 발생한 경우 증여의제이익에 대해서는 과세하지만 세후영업손실이 발생한 경우에는 이를 공제하는 조항이 없다는 점, 동일한 내부거래에 대해서도 자회사 간의 거래인지, 법인 내 사업부 간의 거래인지에 따라 지배주주의 세부담이 달라진다는 점도 개선 사안으로 꼽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