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년 동안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여행자 휴대품 면세한도(400달러 미만)를 상향조정하자는 요구를 외면해왔던 기획재정부가 2014년 세법개정안에 관련 내용을 포함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기재부는 현재 400달러 미만인 여행자 휴대품 면세한도를 인상하는 문제와 관련해 조세형평성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해왔지만 들끓는 국민여론과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이 문제가 제기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국무총리실이 면세한도 인상을 규제개혁 추진과제에 포함시켰고 이 방안을 조기에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세법개정안에 포함될 것이란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여행자 휴대품 면세한도 인상의 가장 큰 쟁점은 '현실성 vs 조세형평성'이다.
국민소득이 18년 전 1만2518달러에 비해 현재 2만2708달러로 올랐을 뿐만 아니라 물가도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지만 면세한도는 이 기간 동안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 국민 대다수의 의견이다.
반면 기재부와 관세청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면세품은 해외에서 소비할 목적으로 세금을 면제해주는 것으로 국내에 가지고 들어올 물품에 대해선 세금을 면제해주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을 들어 면세한도 인상을 반대해왔다.
아울러 면세한도 400달러에는 담배 1보루와 향수 1병, 주류 1병 등의 면세해주는 품목들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이를 합치면 전체 면세한도는 800달러에서 1000달러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것이 기재부와 관세청의 입장이었다.
다른 나라의 면세한도를 보면 일본은 20만엔으로 미화 기준으로 약 1965달러이며 중국은 5000위안, 미화로 803달러 수준이다. 우리보다 소득 수준이 낮은 중국조차 면세한도가 두 배나 높은 셈이다.
소득수준이 우리나라보다 높은데도 낮은 면세한도를 유지하는 나라들도 상당수 있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나라들은 430유로, 미화로 585달러 였으며 스위스는 300스위스프랑, 미화로 335달러에 불과했다.
한국재정조세연구원은 지난 2011년 높아진 국민소득,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등을 고려할 때 면세한도를 600~1000달러로 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기재부는 내부적으로 면세한도를 얼마나 올리는 것이 적정한 지 여부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선 논의를 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새누리당 심윤조 의원이 면세한도를 현행 400달러에서 800달러로 인상하는 내용의 관세법 개정안을 발의한만큼, 인상이 된다면 800달러 내외에서 결정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제실은 중립적인 입장이다. 다만 국민들이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조정의 여지도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확정된 사안이 없지만 새로운 부총리가 오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