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장려세제(EITC·Earned Income Tax Credit)는 사회보험이나 기초생활보장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소득공제를 통해 소득을 지원해주면서 동시에 근로의욕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1975년 미국에서 처음 도입된 이 제도는 1960년대 신자유주의의 대표적인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만에 의해 제안된 역(逆)소득세(NIT·Negative Income Tax)에서 착안해 만들어졌습니다. 일정 소득 이하의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역으로 세율을 적용해 소득을 지원해주는 원리입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마찬가지로 근로장려세제도 대상자의 소득이나 재산, 부양가족, 연령이 자격기준이 되는데요. 하지만 이렇게 정부에서 만들어 낸 자격기준은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제도의 온기가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死角地帶)'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부모에게 얹혀사는 것도 재산가액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제도상의 한계.
이와 관련한 조세심판원의 판결을 알아보겠습니다.
□ "차상위 계층인데 근로장려금 못받나요?" = A씨는 아내와의 사이에 1명의 자녀를 둔 가장입니다.
하지만 A씨는 차상위 본인부담 경감대상자로서 신용회복지원중으로 95개월 동안 남은 채무를 변제해야 합니다. 또한 신장낭종이 생겨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도 없어,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활비를 겨우 벌어들이고 있었습니다.
A씨는 이미 지자체로부터 긴급지원 생계비를 수령했고, 무한돌보미 지원도 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 지원을 받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이런 사정으로 A씨는 근로장려금을 신청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A씨는 자신이 근로장려금 신청자격을 충족한다고 생각해 지급을 신청했지만 뜻밖에도 과세관청에서는 이를 거부했습니다.
A씨가 살고있는 주택 때문이었습니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이하 조특법) 시행령'에 따르면 근로장려금 재산가액 산정시 거주자와 그 배우자의 직계존비속(배우자 포함)으로부터 주택을 임차한 경우 시가표준액의 100분의 50이라는 '간주전세금'을 적용하게 됩니다.
A씨가 살고있는 주택은 A씨의 어머니가 임차한 것이었는데요. A씨는 이 주택에 자신의 배우자, 자녀 1명과 함께 세대를 구성해 살고 있었고, 아버지와 어머니 또한 동일한 주택에 별도 세대를 구성해 살고 있었습니다.
과세관청은 이 주택을 어머니가 A씨에게 '무상전차'한 것이라고 보고 '간주전세금'을 A씨의 재산가액에 포함시켰습니다. 그 결과로 근로장려금은 지급이 거부된 것입니다. 주택을 임대한 사람이 다시 다른 사람에게 임대, 즉 전차했다는 것으로 본 것입니다.
이에 A씨는 "이 법에서 '임차'란 주택의 원소유주인 직계존비속이 직접 거주자에게 임대를 하거나 무상으로 임대해 준 것을 말한다"며 "직계존비속이 전세 또는 월세로 소유주와 계약을 해 다시 그 사람에게 무상으로 전차했다면 이는 '임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따라서 간주전세금을 적용하는 범위는 원소유주가 임차한 경우에 한한다"며 "과세관청이 간주전세금을 적용해 근로장려금 지급을 거부한 처분은 부당하다"고 항변했습니다.
A씨로서는 절벽에서 붙잡은 로프가 끊어진 것 같은 심정이었을까요? 과세관청의 처분을 받아들이지 못한 그는 결국 조세심판원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게 됩니다.
□ 심판원 "무상전차에도 간주전세금 적용" = 하지만 심판원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직계존비속이 무상전차한 주택에도 당연히 간주전세금을 적용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심판원은 "조특법에서는 재산의 합계액을 토지 및 건축물 등 각호의 재산의 가액을 모두 합한 금액으로만 정하고 있을 뿐 무상전차에 대해 임차주택 전세금 평가방법을 달리 적용해야한다고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심판원은 "따라서 과세관청이 이 주택의 간주전세금을 계상해 A씨의 재산합계액에 포함, A씨가 근로장려금 수급대상자가 아니라고 판단해 근로장려금 지급을 거부한 처분은 잘못이 없다"고 쐐기를 박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