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DTI'는 금융시장의 대표적인 규제로 꼽힌다. 담보 인정 비율(loan to value ratio), 소득 인정 비율(debt to income)의 약자로 은행이 차주에게 빌려줄 수 있는 대출금의 한도를 제한한다.
LTV·DTI는 2000년대 중반 부동산 버블 문제가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서 정부가 도입한 제도이다. 가계 부채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르며 계속해서 규제가 강화돼 왔다.
LTV·DTI는 부동산 시장에서 볼 때 주택 구입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지만, 은행의 건전성이나 하우스 푸어(house poor)의 빚 문제에 있어 일종의 '안전판'과 같은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가계 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서고 하우스 푸어의 채무불이행이 확산되며 금융 당국이 대출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LTV·DTI 규제 완화가 다시 논의되고 있는 이유는 박근혜 정부의 2기 경제팀 출범과 함께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LTV·DTI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발언을 하면서부터이다.
지난 정부에서도 수차례 언급된 바 있지만 이번에는 시장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그동안 LTV·DTI 규제 완화에 계속해서 부정적 입장을 밝혀온 금융 당국의 수장들도 한걸음 후퇴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임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LTV·DTI 규제를 완화할 경우 가계 부채가 컨트롤되지 않고 은행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올 초 LTV·DTI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LTV·DTI는 부동산 시장을 살리는 정책으로 사용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하지만 최근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신 위원장은 "DTI, LTV가 금융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실무 지원을 할 게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해 사실상 향후 LTV·DTI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문제는 LTV·DTI 규제를 완화할 경우 실제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 신호가 될 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한 금융 전문가는 "그동안 LTV·DTI 규제 완화가 부동산 시장의 회복을 가로막는 것처럼 비쳐졌지만, 실제 거주 목적의 주택 구입을 위해 대출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수요는 매우 적은 상황이다"며 "막상 대출 한도를 늘려도 주택 시장이 살아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정부가 빚을 내 주택 구입을 유인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우려도 적지 않다. 새 정부 출범 후 국민행복기금 등 채무 감면 제도가 확대되며 중산층 이하의 무주택자 등 일부 계층에 역차별 요소가 발생한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