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받아 구입한 주택을 다시 매각하지 않고 장기 소유하도록 하면 국민의 주거를 안정시킬 수 있습니다. 집을 팔아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멀리 내다보며 원금을 갚아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주택 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정부가 LTV(loan to value ratio)와 DTI(debt to income) 규제를 완화해 대출 한도를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거주 목적의 주택 구입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대출 한도를 확대할 경우 부동산을 회복시키지 못할 뿐 아니라 자칫 가계 부채 팽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구본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사진)은 "LTV·DTI 정책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계 부채를 어떻게 관리해 주거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가계 부채의 규모는 약 1025조원. 이 중 이자만 갚다가 원금을 만기 때 한꺼번에 상환해야 하는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은 전체의 80%를 넘는다.
구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주택 가격의 급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 차익을 내 대출금을 갚는 것이 가능했지만, 지금 같은 시기에는 원금을 조금씩이라도 상환해가면서 최종적으로 주택을 소유하겠다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는 자산 형성을 통해 개인 삶의 질을 높일 뿐 아니라 장기적인 금융 안정에도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일부 은행에서는 이자만 상환하는 구조 하에서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원금을 나눠 자율적으로 갚는 방식도 채택하고 있어 다양한 부채 상환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위험성은 주택 가격의 하락뿐 아니라 소득이 증가하지 않는, 즉 경기 둔화에 따른 요소도 크다는 점에서 종합적인 정책을 세워야 합니다."
구 연구위원은 "주택 시장을 회복시키는 것은 여신 정책뿐 아니라 경제성장, 그에 따른 소득의 증가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내수와 소비가 활성화되려면 자산 효과(wealth effect)에 기대지 않고 실제 소득을 정교하게 평가해 LTV·DTI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목했다.
예컨대 정부는 DTI 산정 과정에서 젊은 층의 미래 소득을 예측하고 이를 대출 한도에 반영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최근 국회에서도 LTV·DTI가 보다 정교하고 체계적으로 운영될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구 연구위원은 "소득을 정확하게 반영해 여신 정책을 수행할 경우 LTV·DTI 규제는 큰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은행의 안정성을 높이는 측면에서 바라볼 때에도 원금 상환을 유도하고 차주의 상환 능력을 지속적으로 평가는 것이 합리적이며 담보가격의 하락이 초래할 불안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약력]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영국 요크대학교(University of York) 석사 및 박사
▲영국 요크대 경제학과 연구원 ▲한국금융연구원 부연구위원 ▲액센츄어(Accenture) 금융 부문 전략 담당 부장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