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내유보에 대한 과세가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거론되는 모양이다.
사내 유보에 대한 과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정확하지 않은 것 같다.
기업의 대차대조표상의 자본계정의 총금액에서 자본금을 뺀 자본잉여에 과세한다는 이야기 인지 매년의 당기순이익 중 사내유보처리 되는 부분에 대해 과세한다는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전자에 대한 과세는 정상적이 아니다.
해마다 누적되는 베이스에 과세하는 누적적인 중복과세가 되며 개별기업의 판단에 따른 최적화 행동을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런데 기업유보를 마치 기업이 엄청난 현금을 쌓아 놓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여 이것을 가계로 넘겨주게 하는 것이 대단한 경기대책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써내는 보도가 넘치는 것을 보면 정말 전술한 비정상적인 과세가 실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누적된 유보금액 혹은 자본잉여는 각종의 고정자산이나 재고자산 등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보통이고 현금성 자산은 상대적으로 작은 부분일 수밖에 없다.
물론 그것도 ‘남아도는 여유자금’인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이중과세의 조정이라는 관점에서 배당에 대한 소득세를 완화해 주는 경우는 흔히 있고 우리나라도 지금 시행하고 있다.
같은 목적으로 순이익 중 배당되는 부분에 대해서 법인세를 완화해 주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러한 조치들이 기업의 배당성향을 높이는데 조금이라도 기여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사내유보에 대해서 법인세율을 높이는 것은 배당과 사내유보에 대한 세부담 차이를 줄이는 효과는 있겠지만 결국은 주주에게 귀속되는 소득에 대한 세부담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기업의 재무행태를 왜곡하는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내유보에 대한 과세를 이야기 하면서 기업소득 개인소득 운운하는 이야기도 들린다.
어디서 나온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기업에 유보되어 있는 소득도 결국은 개인들에게 귀속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틀린 표현이다.
기업이 배당을 충분히 해주지 않는 경우라도 공개기업인 경우에는 소유하고 있는 주식의 일부를 매도하는 방법으로 현금을 꺼내 쓸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낮은 것은 사실이나 그것 때문에 소비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은 지나치다.
세금으로 기업의 팔을 비틀어 배당성향을 높이면 경기가 살아날까?
돈을 가지고 안 쓰는 것은 기업보다 어쩌면 개인이 더 할 수 있다.
당장 일자리도 불안정하고 연금만을 믿을 수 없어 따로 노후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도 새삼스럽게 강조되고 있고 빚은 늘기만 하는데 부동산 가격은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배당 얼마 더 받는다고 소비수요가 가시적으로 늘겠는가?
더구나 서민들이야 의미 있는 배당을 받을 만한 주식이 있는 것도 아니다.
배당성향을 높이면 우리나라 대형 우량기업의 주요 주주로 되어있는 외국인들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될 수 있다.
국내기업의 자금을 빼앗아서 외국인들에게 나누어주는 효과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설사 소비가 좀 늘어난다고 해도 기업의 투자는 더욱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뻔하다.
기업의 자금조달이 위축되고 그 중 상당부분이 해외로 빠져나가는데다가 법인세 부담이 더 늘어나는 효과까지 겹치기 때문이다. 소비는 조금 늘고 투자가 많이 줄면 내수는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
기업유보를 줄여 성과급을 더 주는 대책도 거론되는 것 같다.
이것도 우량 대기업 근로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더구나 우리나라 대표산업에서의 저생산성과 고임금 때문에 국내투자가 부진한 상황에서 정부가 강요하는 임금인상이 이루어진다면 투자는 더욱 부진해 질 것이 아닌가? 성과급 더 줄 돈으로 투자를 더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하여 더 많은 신규고용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형평면에서나 효율면에서 훨씬 더 상책이라는 것은 다 알고 있지 않은가?
지금 우리 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은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단기적인 부양조치로 시동만 걸어주면 잠자던 경제가 벌떡 일어나서 달음질을 시작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은 아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가 경쟁력을 회복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것은 기업을 비롯해서 정부와 사회 모든 단위의 효율성을 높이는 획기적이고 정직한 노력을 요구한다.
요컨대 긴 시각에서 흔들림이 없는 정면공격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banner_box_wrap{display:non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