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관-검찰, 정보공유 문제 '심각'
일선 직원들 사기저하…"보세구역外 수사권 인정 필요"
'박봄 마약밀수'
4년 전 입건유예로 종결됐던 사건이 다시 논란이 되면서 인터넷은 인기 걸그룹 2ne1 멤버 박봄씨에게 면죄부를 준 검찰에 대한 비난여론으로 들끓었다.
대개 마약사범의 경우 초범이라 해도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지만 검찰이 박씨에게 내린 처분은 상당히 이례적이었고 이에 대한 여론의 의문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만약 검찰이 처음부터 박씨가 마약을 밀반입하려던 정황을 포착해 이를 적발, 수사과정 중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검찰의 결정이 납득이 가지만 문제는 마약을 처음 적발했던 일선 세관 역시 검찰의 처분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박씨는 국제특송을 통해 젤리류와 함께 중추신경 흥분제인 암페타민 82정을 들여왔고 세관 직원이 이를 발견하면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세관은 공항만과 보세구역에 대해서만 마약에 대한 수사권이 있는데 대개 특송물품의 경우 수령인을 알아내려면 보세구역 밖으로까지 수사권이 미쳐야 한다.
이럴 경우 세관은 검찰에 사건을 인계하고 경우에 따라 공동수사를 하기도 하지만 사건 지휘는 무조건 검찰이 하도록 되어 있다. 결국 마약을 처음 발견한 것은 세관이지만 사건 수사가 보세구역 외 지역으로 넘어가게 되면 모든 것을 검찰에 넘겨야 한다는 의미이다.
□ 검찰, 수사지휘…세관, 수사과정 '소외' = 관세청이 적발하는 마약단속 실적은 매년 200건에서 300건 사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적발된 마약단속 규모는 200건·194억4000만원이었으며 2011년에는 186건·619억7100만원, 2012년에는 259건·635억8600만원, 2013년에는 294건·929억7400만원, 올해 6월까지는 168건·1195억원이었다.
건수로나 금액으로나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관세청은 적발된 모든 마약사건을 검찰에 100% 인계하고 있으며 사건 수사도 검찰의 지휘를 받고 있다.
보세구역 밖에서는 검찰과의 공조수사가 가능하며 정보공유도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관세청의 공식적인 입장이지만 일선에서 일하는 세관 직원들은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검찰의 지휘를 받는다는 의미는 세관을 마약수사에서 배제시켜도 발언권이 없다는 것으로 일선 직원들은 해석하고 있다. 일선 직원들은 수사 종결도 검찰의 권한이기 때문에 세관에서 더 수사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박씨에 대해 검찰이 '입건유예' 처분을 내린 것처럼 세관에서 검찰의 처분에 이해가 가지 않아도 무조건 따라야하는 구조인 셈이다.
세관 직원들에 따르면 마약밀수는 단독범행이기보단 마약조직과 연계된 경우가 많아 마약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선 꾸준한 정보축적과 분석, 끈질긴 수사 등이 선결조건이다.
하지만 검찰이 모든 마약사건을 지휘하다보니 정보공유도 제대로 되지 않을 뿐더러 검찰이 세관에 사건수사과정이나 정보에 대해 전혀 알려주지 않아 정작 마약을 적발해야 하는 통관분야 직원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 세관-검찰, 정보 비대칭 '심각'…직원들 '사기저하' = 최근 5년간 세관이 적발했던 모든 마약사건 정보는 검찰에게 100% 제공됐지만 세관은 검찰에게 제공받은 정보는 물론 정보를 요구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지난해의 경우 마약적발건수 294건, 검찰정보제공 건수 254건으로 차이나는 이유는 같은 사건이라도 검거 건수로 집계하기 때문으로 사실상 정보를 100% 제공한 것과 같다는 설명이다.
일선 직원들에 따르면 세관이 제공한 마약사건이라고 할지라도 검찰은 수사중인 사건에 대해선 세관에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며 수사가 종결이 됐다고 하더라도 세관에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결과적으로 세관은 자신들이 적발한 마약과 관련한 사건 정보를 축적할 수 없게 되고 마약밀수기법이나 신종마약단속기법 등을 개발하기 위한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검찰이 사건을 가져가 검찰의 '공'으로 포장되어 언론에 보도되는 것도 일선 세관 직원들의 사기를 상당히 떨어뜨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최근 한 고등학생이 국제우편을 통해 대마를 밀반입하려다 인천공항세관에 적발되는 일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검찰의 마약사범 집중단속'으로 인한 성과로 보도했다.
인천공항국제우편세관에서 밤낮으로 24시간 내내 특송물품과 국제우편 등을 검사하는 세관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맥이 빠지는 일. 백운찬 관세청장도 지난해 취임 당시 이 문제를 인지,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세관이 마약단속을 한다는 사실을 적극 알리라고 지시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는 후문이다.
이에 일부 직원들은 관세청의 마약수사 권한을 보세구역 외에도 가능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일선 세관 직원은 "마약수사는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보가 축적된다. 혐의자의 동선이나 동향이 파악되는 등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며 "그런데 이것이 단절되다보니 단속도 어렵고 통관과정에서의 적발도 어렵다. 관세청의 마약수사 역량은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본다. 보세구역 밖에서도 수사권을 준다면 수사 담당 직원 뿐 아니라 통관 담당 직원들의 사기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청(본청) 역시 일선 현장 직원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있지만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수사권을 확대하는 문제는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정보를 분석하는 관세청과 대검찰청은 협조가 잘 되고 있지만 현장 직원들은 어느 정도 고충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수사권 확대는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마약수사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으며 보세구역 외에서는 검찰과 세관과의 공조수사가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검찰은 세관과 유기적으로 협조하고 있고 세관에서 요청하면 마약사범과 관련된 정보를 모두 제공하고 있다"며 "세관에서 검찰청으로 공조수사를 요청하면 관할 검찰청과 공조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권과 관련해선 "세관 공무원은 관세법에 따른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이고 그 취지에 따라 공항만과 보세구역 내에서 발생하는 마약사범에 대해서만 수사권을 규정하고 있다"며 "공항만 또는 보세구역을 벗어난 수사는 검찰과 세관 공조수사로 해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