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엔 與 부정적 VS 인센티브엔 野가 '반대'
과세 '여론 떠보기'? 여야 격돌 예상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과 관련해 '과세 혹은 인센티브'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선 것과 관련해 여야가 입장차에 따라 냉담한 반응을 각각 보이고 있다.
최 부총리는 전날(16일) 취임식에서 "기업들의 사내유보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많이 이뤄지고 있지 않느냐"며 "여러가지 과세나 인센티브로 기업 부문의 창출된 소득이 가계부문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비상금 격인 사내유보금은 지난해 6월 기준 국내 10대 그룹만 477조원으로 2010년(331조원)보다 43.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가계의 저축성 예금 증가율은 16.9%에서 5.5%로 줄었다.
그동안 사내 유보금 과세를 주장했던 야당은 최 부총리의 사내유보금 과세 언급에 대해 우선 긍정적 반응을 보이면서도 과세 현실화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우선 여당인 새누리당이 반대하고 있는데다 기업들의 반대 역시 만만치 않아 제대로 추진할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또한, 새누리당은 인센티브를 통한 투자 유도엔 우호적 입장이지만 '과세'방안에 대해서는 기업 위축을 이유로 부정적이다.
특히 '과세'발언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론 떠보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기업-가계 소득의 불균형으로 야당이 과세 방안을 담은 법인세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정부와 여당의 반대로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 더욱이 세월호 참사와 내수 침체가 더해지면서 경기 회복을 위한 정부의 국면전환용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보수정권인 박근혜정부가 기업들의 반발을 뒤로 하고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때문에 야당은 결국 사내유보금을 통한 투자에 인센티브 적용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결국 이중혜택이고 조세감면 혜택일 뿐"이라고 반대하고 있어 향후, 사내유보금과 관련한 정부정책방향에 대한 여야 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새정치연합 김기식 의원은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는 결국 세제혜택"이라며 "대기업 10곳의 사내유보금이 500조가 되는데 이들 기업에게 세제혜택을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내 유보금을 풀지 않는 것에 대한 패널티를 주는 게 아니라 혜택을 주는 건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인 정의당 박원석 의원도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인센티브 방향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사내 유보금이 그동안 감세정책에 의한 효과였는데 이를 과세하지 않고 인센티브로 유도해 투자하게 한다는 것은 결국 감세에 이은 이중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명박 정부부터 지금까지 감세정책으로 사내유보금이 유례없이 쌓인 상황에서 기업소득만 늘고 가계소득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가계소득으로 가도록 하려면 법인세 세율 인상이 해답"이라고 인센티브 적용 검토를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