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I, 건전성 확보에 효과적…완화 시기상조"
"빚 권하는 정부…내수경기 회복 의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 금융규제 완화 방침을 시사한 가운데, 정계와 학계 등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가 완화된다면 일시적인 경기 활성화를 기대해 볼 수 있겠지만, 이미 한계에 달한 가계대출을 촉진시키는 꼴이어서 또 다른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이미 장기침체에 들어간 부동산 시장에 정부가 섣부른 정책을 추진한다면 오히려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시각마저 나오고 있다.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3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부동산 금융규제 완화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DTI규제 완화가 우리나라 주택금융시장 구조에 미칠 부작용을 우려했다.
박 교수는 현행 규제에 대해 "형식적으로 문제가 있는 규제임에는 틀림없지만, 우리나라 경제 상황 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본다. 이 규제로서 시장 건전성 확보에 효과를 봤다는 것이 학계의 전반적인 평가"라고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대출시장에서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은 50% 내외. 이는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70%에 육박하는 서구 선진국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 박창균 교수의 분석이다.
다만 중요한 차이점은 서구국가 소비자들은 자신의 소득을 기준으로 돈을 빌리지만, 한국은 미래의 주택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심리가 대출을 받는 원인이 된다는 것.
박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집을 사면 값이 오른다는 가정 하에 대출을 생각하다보니 기형적인 대출구조를 가지게 됐다"며 "그 부분이 금융시장 안정성의 위협요인이 됐다. 이를 억제하는 핵심적 역할을 해온 것이 DTI였고, 현재까지 상당한 효과를 발휘해왔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행 DTI제도를 최대한 활용해 기본적인 대출구조를 장기대출상품 위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빚을 권해서 내수를 진작하려는 정책이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원종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결국 정부가 돈을 풀 테니 국민들이 빚을 져서라도 소비를 하라고 만드는 꼴"이라고 촌평했다.
이어 그는 "규제완화는 주택가격이 곧 오를 테니 사람들에게 참여해보라는 신호"라며 "더 이상의 주택가격 상승은 버블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총소득 증가율에 비해 가계부채 증가율이 상당히 급하게 올라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LTV·DTI 규제는 소비자 보다는 금융기관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완대책이 강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도 "지금 나오는 정책은 빚을 내서 성장을 하자는 과거의 방법"이라며 "국가의 경기부양을 생각하는 정책이라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 발 더 나아가 LTV·DTI 규제완화라는 '마지막 카드'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면 오히려 시장침체를 장기화 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 교수는 "시스템적으로 (국민들이) 더 이상 빚을 질 수 없는 상황이 왔을 때는 빚을 깎아주는 정책을 펼쳐야 소비가 진작된다"면서 "기준금리 인하와 더불어 빚 감면, 혹은 조기파산 신청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