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돈 '지렛대' 삼아 한국경제 살린다"

소득 증대 3대 패키지, 기업소득↔가계소득 선순환 유도

좀처럼 침체일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제상황의 반전이 시급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세계경제 회복세 둔화, 세월호 사고에 따른 내수부진 등으로 당초 성장률 전망을 하향조정하는 등 우리나라 경제여건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임금상승 정체, 취업자 증가세 둔화 등 기업 성과가 가계소득으로 이어지지 못해 체감경기는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부분보다 더 부진한 상황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수장으로 한 2기 경제팀에 화끈한 부양책을 내놓은 것도 타이밍을 놓치면 안된다는 '절박함'의 발로다.

정부의 역할도 역할이지만 경기부양의 최대 파트너로 정부는 기업을 선택했다.  

올해 세법개정안의 최대 핵심,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의 목표점은 기업 성과를 가계소득으로 돌려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패키지 정책에 정부는 한국경제의 사활을 걸었다. 

정부의 정책목표가 빠른 속도로 달성,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제도들이 정착해 돌아가는 2, 3년 후 한국경제가 정상궤도에 오르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꽤나 험난한 여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도 정책효과의 확실함을 장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 "기업성과, 가계소득으로 이어지게 하겠다" = 6일 발표된 '2014년 세법개정안'은 가계소득을 늘린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소득 환류세제', '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등을 신설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사내유보금과 관련해 투자와 임금인상, 배당에 인센티브(지원책)을 주고 활용하지 않은 당기 미활용액에 과세를 하는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도입된다. 미활용액에 대한 단일세율은 10%를 적용하기로 했다. 자기자본이 500억원을 초과하거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한 기업이 적용대상이며, 중소기업은 제외시켰다. 첫 과세시점은 오는 2017년 3월이 될 전망이다.  

기업별·업종별로 투자소요가 다양하다는 점을 감안해 과세방식을 두 갈래로 갈렸다.

기업의 투자계획 등을 감안한 A방식은 당기소득에서 시설투자, 임금증가, 배당으로 사용한 금액을 이익의 일정부분(60~80%)에서 제외하고 나머지 이익금에 대해 10%의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 여기에 B방식은 투자소요가 많지 기업을 대상으로 임금증가·배당액을 기준으로 과세방식을 선정했으며, 이익의 일정부분은 20~40%로 설정했다.   

또 당해연도 평균임금 증가율이 직전 3년 평균 임금상승률보다 높으면 이를 초과하는 임금상승분에 대해 10%(대기업은 5%)의 세액공제를 해주는 '근로소득 증대세제'가 신설된다. 평균 임금 산정시 임원이나 고액연봉자(2억원) 등의 임금은 제외시켰다.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기업이 이익을 주주 등에 많이 배당할 수 있도록 대주주가 배당을 하기로 결정하면 대주주에게 인센티브(25% 저율 분리과세)를 주고 소액주주에게도 혜택(배당소득세율 9% 인하)을 주는 내용이다.

환류세제라는 사실상 사내유보금 과세체계를 꺼낸 시점에서 근로소득 증대세제나, 배당소득 증대세제 등 인센티브 성격의 세제혜택을 통해 기업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복안이다.

□ 세수효과 5700억원, 중산서민층 세부담 낮아진다 = 특히 올해 세법개정안은 서민·중산층, 중소기업의 세부담이 줄어드는 반면, 고소득자·대기업은 늘어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에 따른 세수효과를 5680억원 수준으로 잡고 있는 상황. 

간접외국인납부세액공제 개선, 퇴직소득세 과세체계 개편, 중고차에 대한 부가가치세 의제매입세액공제 축소 등을 증가 요인으로 꼽았다. 이에 반해 근로소득 증대세제 신설, 퇴직연금 세액공제 납입한도 확대 등으로 세수효과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올해 세법개정안으로 서민·중산층의 세부담은 4890억원 감소한다는 것이 정부 측 추산이다. 서민·중산층의 기준은 OECD 기준인 중위소득의 150% 이하자 총급여 5700만원 이하자다. 이에 반해 고소득자·대기업의 세부담은 9680억원 이상 늘어난다.

정부는 서민의 재산형성은 돕고 세부담을 줄이는 세제지원책도 함께 내놨다. 노인·장애인 대상 저축에 대한 비과세 한도를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확대하고, 서민층·청년의 재형저축 의무가입기간을 7년에서 3년으로 완화시켰다.

퇴직금을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일시금으로 수령할 때에 비해 세부담이 30% 경감되도록 퇴직소득 과세체계를 개편했다. 또 서민의 주거환경 안정화 차원에서 주택청약종합저축 소득공제 납입한도를 240만원으로 확대하고, 가계부채 개선을 위해 주택담보대출 소득공제도 확대하기로 했다.

□ 경제 활력·일자리 창출 세제지원 '총망라' = 중소기업 접대비 기본한도 확대는 기업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연간 1800만원으로 설정되어 있던 접대비 기본한도를 2400만원으로 늘렸다.

엔젠투자금액(1500만원 이하)의 소득공제율도 50→100%로 늘렸으며, 중소기업의 설비투자에 대한 감가상각 내용연수를 단축해 세금부담을 완화하는 '가속상각제'도 다시 허용하기로 했다.

가업승계 지원체계도 대대적으로 손 봤다. 가업상속 공제대상 기업의 범위를 매출 3000억원에서 5000억원 미만으로 하고, 가업승계를 위한 주식 사전증여에 대한 저율과세특례 적용한도를 주식가액 3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확대했다.

또 기업이 고용을 창출하는 서비스업, 지방에 투자할 경우 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를 확대하고, 중소기업 취업청년이 병역이행 후 동일기업에 복직하는 경우 근로소득세 감면 혜택을 연장하는 등 일자리 창출 지원책도 제시됐다.

□ '탈세' 감시 눈 늘리고, 납세자 편의 강화하고 = 음성적 현금탈세 차단을 위해 차명계좌 신고포상금 한도를 건당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늘린다. 여기에 지능적 조세포탈을 방지하기 위해 조세범 공소시효를 5년에서 7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국제거래가 수반되는 부정행위에 대해 부과제척기간도 연장(10→15년) 및 가산세율(40→60%)인상한다. 해외 거주를 가장한 탈세 방지 차원에서 거주자 기준도 1년에 6개월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납세자 권익 보호에도 힘쓰기로 했다.

현재까지는 납세자 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세정 서비스 차원에서 제공됐던 국선세무대리인 제도를 법제화시키기로 했다. 또 납세 편의를 위해 국세(관세 포함) 신용카드 납부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여기에 경정청구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는 등 납세자 권익 보호에도 귀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4일 사전브리핑을 통해 "현재 저성장 기조를 반전시키지 않으면 성장과 물가, 가계와 기업 등 모두가 위축되는 축소균형에 빠질 수 있다"며 "세제도 재정정책, 경제정책에 한 축으로서 내수활성화에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올해 세법개정안은 경제활성화와 민생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