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소득을 늘려 내수를 활성화 시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정부가 들고 나온 '기업소득 환류세제(이하 환류세제)'를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구체적인 제도 도입안이 공개된 후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부풀려지고 있는데다 법리적 측면에서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제도 자체가 명백한 '이중과세'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데에 전문가들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환류세제는 2000년대 초반 폐지된 적정유보소득 과세제도와 유사한 제도.
두 제도의 차이점은 적정유보소득 과세제의 경우 비상장법인에만 적용했다는 점, 그리고 패널티 성격만 가졌던 것과 달리 환류세제는 인센티브 제도(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등과 연동, 상대적으로 패널티 강도가 낮다는 점이다.
환류세제 과세 대상은 자기자본 500억원 초과 대법인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으로 투자와 임금증가, 배당액 등을 제외한 당기소득에 대해 10% 단일세율로 법인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법인세를 내고 남는 돈에 다시 과세하는 것은 이중과세라며 반발하고 있으며 학계에서조차 이중과세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기재부는 세수효과를 제로로 설정해 설계한 제도라고 맞불을 놓으며 법리적 측면의 논란을 희석시키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정부가 목표했던 효과(투자 등 확대)가 제대로 발휘된다면 문제 소지가 없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세부담이 발생하고, 기업들의 조세불복 및 헌법소원 등 논란이 불거질 잠재적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 뚜껑 열어보니…역시나 '이중과세' = 환류세제 도입안이 발표되자 재계와 학계의 반응은 당초 우려했던 부분이 그대로 담겼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법인세를 내고 남는 소득에 10% 단일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중과세 문제를 해소하지 못했다는 지적인 것이다.
기재부는 각 사업연도 소득금액(또는 회계상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에서 이월결손금, 법인세액, 상법상 이익준비금적립액 등을 차감한 금액에 대해 과세하겠다는 방침이다.
즉 기업의 당기소득에 대해 먼저 법인세를 납부토록 한 뒤 일정기간이 지나도 투자액과 임금증가액 등으로 사용되지 않은 나머지 금액에 대해 다시 세금(환류세)을 부과, 동일 소득에 대해 두 번의 세금을 떼어가는 형태인 것이다.
재계와 학계는 이 같은 과세체계가 명백한 이중과세라는 지적이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원칙적으로는 당기소득에다가 법인세율을 한 번만 적용해 과세해야 한다"며 "법인세를 먼저 계산한 다음 남은 돈을 가지고 다시 과세를 하겠다고 하면 그건 이중과세이다. 정부의 계산방식이 이중과세 성격인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 이중과세는 맞지만, 위헌성은 "글쎄" = 대한민국 헌법은 이중과세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환류세제가 이중과세 성격의 제도임에도 위헌으로 규정하기는 애매한 구석이 많다는 입장이다. '정책목적'을 고려할 때 예외적인 케이스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납세자의 입장에선 같은 건물과 토지에 재산세와 종부세를 두 번 부과받는 이중과세이지만 지난 2008년 헌법재판소는 부부합산 과세를 문제 삼아 일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뒤집어 말하면 부부합산 과세 부분만 제외하고 재산세와 종부세의 부과는 이중과세가 아니며 위헌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도입한 종부세의 '정책목적'을 인정한 셈이나 다름없다.
이외에도 비슷한 사례는 꽤 많다. 농어촌특별세는 종부세와 개별소비세 등과 함께 부가세(Sur-Tax)의 개념으로 부과되고 지방교육세 역시 재산세와 자동차세에 부과되는 일종의 부가세다. 하나의 과세대상에 여러 개의 세목이 덧붙여지는 것을 이중과세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인의 제2차 납세의무자가 지분을 50% 이상 가지고 있는 대주주가 되는 것도 어떤 면에서는 법인과 개인에게 이중으로 세금납부 의무를 지우게 하는 것이지만 위헌 판결은 나오지 않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위헌 여부 판단은 국가 조세정책 전반에 걸친 기조를 고려해 판단하는 것이 관례. 즉 환류세제가 이중과세일지라도 정부가 정책목적상 필요하다고 도입했기 때문에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위헌성을 논하기는 힘들다는 설명인 것이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다른 나라에도 유사한 제도가 있는 만큼 위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중과세 성격은 있지만 이것이 위헌이라고 판단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환류세제가 위헌이라면 다른 나라의 제도도 다 위헌이 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기재부도 위헌성 여부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환류세제가 이중과세라고 문제를 삼아 위헌 소송을 하더라도 이미 전문가들을 통해 위헌 소지가 없다, 는 의견을 받았다"며 "현재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하는 나라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시뮬레이션을 한창 돌리고 있다. 알파율이나 배타율 부분에 대해서 기업들 특성을 반영해서 진행하고 있다"며 단일세율(10%) 인하에 대해서는 손 대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수정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