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한 신용 등급, 금융 위기 등 문제 키워
외부 감시·지정제 등 논의 국제적으로 활발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미국의 3대 신용평가사로 불리는 이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뿐 아니라 전 세계 각 국가의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진입 장벽으로 인한 독과점, 신용등급의 인플레이션, 불투명한 신용 평가 과정 등 여러 문제점들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19일 이운룡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은 국회의원회관에서 '신용평가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나 한국의 저축은행 부실 사태는 신용평가사의 신용 평가 과정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며 개선책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신용평가사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신용 평가 과정에 대한 감시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채권 발행 기업의 이해 상충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회계법인과 같이 신용평가사 지정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도 이뤄졌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투자자 신뢰가 무너지면서 제도 개선이 이슈가 됐다. 글로벌 금융 위기 과정에서 글로벌 신용평가사들도 동일한 이슈에 직면해 있고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신용평가사에 대한 규제 기관이 만들어지고 감시와 모니터링을 강화했지만 발행자가 지불하는 수수료 체계와 이해 상충 등 근본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신용 평가를 강화하고 외부 평가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국 나이스신용평가 전무는 "순환 지정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1개 신용평가사가 순환 평가를 하고 나머지 1개가 자율 계약에 의해 신용 평가를 하면 보수적 접근과 객관적 접근이 가능하다"며 "2개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이 같은 수도 다를 수도 있지만 투자자에게 상당히 의미있는 정보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또 "이해 상충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미국, 유럽, 국내에서는 수수료 체계의 개선이 논의됐지만 현실적 대안은 안 나왔기 때문에 당분간은 계속 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에서 순환 지정제를 미루는 이유는 부작용 때문이다. 신용평가사가 먹고사는 요소는 명성 자본인데 다른 나라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순환 평가제를 시행하면 명성이 만들어지겠느냐"고 지적하며 "순환 평가제는 장기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 연구위원은 "15년 사이 A등급이 80% 이상을 넘었다. 이는 학력고사 300점 이상이 많아 분별력이 없는 것과 같다"며 "신용등급의 가파른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카드 버블, PF 버블, 심지어 금융 위기 때 우리 신용평가사들은 신용등급을 올렸다. 시장에서 기대하는 건 신용평가사가 버블에 기대지 않고 중심을 지켜주는 것이다"며 "이미 시장에서는 신용평가사 의존도가 축소되고 있고, 신용등급 인플레이션이 심한 회사는 무시되거나 도태될 것이다"고 했다.
이은태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신용평가사가 철옹성 같은 시장 안에서 경쟁이 없다. 시정점유율 33%를 유지하며 보이지 않는 담합이 있다고 보여진다"고 비판했다. 또 "2개 이상의 신용평가사가 있는 것은 견제를 위해서인데 인플레이션 과정을 보면 암묵적으로 공생하며 편하게 영업해온 면이 있고 이런 시장을 우리가 보호할 것이냐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현철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시장에서 신용평가사의 정보를 수용할 수 없다는 데 대해 신용평가사들이 스스로 심각하게 생각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정부가 내년 독자신용등급의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독자신용등급은 정부나 그룹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하고 개별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제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