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재보선 승리 '오만'…朴대통령 약속 스스로 무력화
野, 유가족과 유대 쌓다 손 놓은 꼴…소통·전략 부재
세월호 특별법이 두 차례 유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혀 장기 표류되는 상황에 놓이면서 국회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여당이 강조했던 민생경제 법안은 물론 오는 26일부터 실시하는 분리국감 등도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을 여야의 정치력 부재가 낳았다는 점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오만과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무능이 뫼비우스 띠처럼 반복되어 불신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 與, 유가족 설득 소극적…재보선 승리 후 '교통사고론' 강화 = 새누리당은 그동안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와 특별법 협상에서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 유가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진상규명에 유족 여러분의 여한이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새누리당은 국정조사 기관보고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비호하기 바빴다.
지난 7월 2일 청와대와 해양경찰 간 사고 당시 통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불거진 새누리당의 국조 '보이콧'이 대표적이다. 당시 녹취록에서 해경과 청와대가 VIP(박 대통령)보고에 더 신경 쓰는 것이 드러났고 이에 박 대통령의 발언을 야당 의원이 과장하자, 새누리당이 이를 빌미로 기관보고를 파행으로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유가족들과 언쟁을 하면서 비난을 자초했다. 여당으로서 유가족을 이해시키기보다 회의시간에 졸거나 말다툼을 하는 등 부적절한 행태를 보였다.
김무성 대표도 '대화와 타협', '야당에 대한 양보'를 강조했지만 실질적으로 유가족들과 대화한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것도 거의 유가족이 요구해서다. 지난 달 14일부터 현재까지 40여 일간 국회 본청 앞마당에서 시위를 벌이고 단식 38일째를 맞고 있는 유가족들을 찾아간 여당 의원도 야당의원들에 비하면 극소수다.
특히 새누리당은 "무한책임이 있는 집권여당"이라고 스스로 밝히면서도 여전히 유가족에 대한 설득에 나서지 않고 있다. 진상조사위 수사-기소권 포함이 '사법체계를 흔드는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정부를 믿지 못하는 유가족들을 찾아 설명하는 데 게을리했다.
'국가 대개조'를 외칠 정도의 위중한 사안임에도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경기-인천 등에서 승리하자 '세월호=교통사고'라며 정부의 무능을 희석시키는 데 애를 썼다. 7.30 재보선 완승 이후 이 인식 틀을 더 강화하고 이젠 유가족들을 "특정집단"으로 규정해 여느 이익단체의 주장 하나 쯤으로 격하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당직자는 "선거 결과로 민심을 판단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어쨌든 우리에게 기회를 다시 준 것"이라고 말했다.
□ 새정치, 수사·기소권 주장하다 스스로 접어…유가족 유대 사라져 =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정국에서도 7.30 재보선에서 완패해 김한길-안철수 지도부가 무너진데 이어 현 비상대책위인 국민공감혁신위 체제에서의 박영선 위원장마저 흔들리고 있는 형국이다.
그동안 유가족들과 유대관계를 유지하며 진상조사위 수사-기소권을 주장해왔지만 지난 7일 1차 합의에서 결국 새누리당의 '사법체계 흔들기'라는 압박에 스스로 카드를 접어 유족과 당내 의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에 지난 19일 재합의에서 특검추천위원 여당 몫을 야당과 유족들이 사전 동의하는 것으로 조금 진전된 양보안을 받아냈지만 유족들과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해 또다시 좌초 위기를 맞았다.
그동안 유가족들과의 유대로 '與 대 野-유가족'의 양상을 띠며 유가족의 바람을 대변하는 것으로 인식시켰지만 결과는 여당과 유가족 사이에 끼어 이도저도 아닌 갈팡질팡 행보를 반복했다. 재보선 패배와 국정 파행이라는 부담감 때문에 원칙과 기준이 희석됐다는 지적이다.
한 당 관계자는 "재보선 패배가 충격적이다보니 1차 협상에서 수사-기소권을 주장하기가 어렵지 않았을까 싶다. 선거 민심을 무시할 수 없고 국정파행이라는 부담감도 만만치 않으니까"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가족들과 함께 단식하고 도보행진 등으로 유대를 쌓아온 상황에서 '합의 후 설득'이라는 기조는 유가족들로서는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더욱이 1차 합의에 대해 유가족들의 맹비난을 받은 상황에서 2차 합의마저 사전에 유가족과 논의하지 않은 점은 새정치연합의 소통 부재를 여실히 증명한다.
또한 2차 합의안이 유가족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여당과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설 것’을 촉구한 것도 시기상 스스로 무능을 드러낸 형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