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포 통장' 1만개…농협 여전히 1위?

농협중앙회, 전체 대포 통장 중 44.7%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만들어진 대포 통장 수가 1만개를 넘어서고 있다. 대포 통장은 탈세나 금융 사기 등 범죄를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 강력한 단속이 요구되지만,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이다.

2일 국회 정무위원회 김기준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금융감독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금융회사의 대포 통장 발급 건수는 총 1만1082건, 누적 피해액은 3921억원에 달했다.

이러한 실정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신고 및 금융회사의 지급정지 등 조치는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피해자가 환급받은 금액은 595억원에 불과해 15.2%에 그쳤다.

또 대포 통장 발급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어 은행의 내부 통제나 당국의 감시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포 통장은 2011년 4분기 8399건에서 2012년 2만16건, 2013년 2만1464건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피해액 역시 같은 기간 502억원, 1165억원, 138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피해액은 872억원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 482억원과 비교할 때 2배 가까이 급증했다.

대포 통장이 주로 발급되는 금융회사는 농협중앙회(NH농협 지역농·축협)인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의 대포 통장 수는 170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뒤를 이어 새마을금고 615건, 우리은행 418건, 우정사업본부에서 312건을 적발했다.

올해 상반기 중 대포 통장 발급 현황을 살펴보면 농협중앙회가 3408건(30.75%), 우정사업본부 2403건(21.68%), 농협은행 1554건(14.02%), 새마을금고 1115건(10.06%), 증권사 623건(5.62%) 순이다. 피해액 규모 역시 농협중앙회가 259억61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대포 통장 최다 기관의 불명예를 쓴 농협은 최근까지 '대포통장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지난 3월 58.6%(농협은행 20%, 지역농축협 38.6%)에서 7월 들어 2.8%(농협은행 1.1%, 지역농축협 1.7%)까지 대폭 줄였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조사를 보면 여전히 농협이 대포통장 발급 최다기관으로서 불명예를 벗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은 대포통장과의 전쟁을 선포한 후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2개월을 집중 캠페인 기간으로 지정해 유관기관과 합동으로 2804회의 캠페인을 실시한 바 있다.  

김기준 의원은 "대포 통장이 각종 범죄에 악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감독 사각지대를 없애 단속이 소홀한 금융회사로 대포 통장이 이동하는 풍선효과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4년 상반기 금융회사별 대포 통장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