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장부 기장 채소판매상이 농부로부터 직거래로 야채를 구입하는 바람에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을 수 없더라도 거래처에 관한 정보와 거래내역이 기재된 장부 등 최소한의 증빙을 갖추지 않으면 필요경비를 인정받을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간편장부 대상자인 소매업자들의 부실기장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판결로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경란 부장판사)는 최근 소매업자인 L씨가 종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L씨의 거래가 상당한 금액임에도 아무런 자료가 없어 부실기장한 경우여서 필요경비에 불산입함이 옳다"며 L씨에게 패소판결한 것으로 2일 밝혀졌다.
야채, 잡화 소매상인 L씨는 간편장부 대상자로 2010년 귀속 종합소득세를 신고했다.
이에 대해 세무당국은 전산자료 분석을 통해 L씨를 간편장부 부실기장 혐의자로 선정했고, 관할 세무서장은 L씨에 대해 기장확인조사를 실시했다.
당국은 L씨가 지난 2010년 과세연도 종합소득세 신고시 필요경비로 계상한 신고금액 중 적격증빙이 제시되지 않은 매입금액을 필요경비에 불산입해 종합소득세를 다시 책정했다.
그러나 L씨는 "야채 등을 주로 경동시장에서 조달하고 있고 일부는 자신의 친인척과 고향 지인들이 지은 농산물을 직접 구입했다"며 업종의 특성상 농민들과 현금거래를 하고 있어 세금계산서를 발행할 수 없다며 이런 사정을 무시하고 필요경비에 불산입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맞섰다.
행정법원은 판결(2013구합30117)을 통해 "L씨가 신고한 2010년 귀속 필요경비율은 약 98.6%, 이익률은 약 1.4%로 같은해 식료품 소매업의 단순경비율 90.7%, 이익률 9.3%에 현저히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L씨가 제시하는 거래 중 대부분의 거래가 1회 매매대금이 500만원 내지 1000만원으로 그 금액이 적지 않음에도 거래처가 어떤 지번, 어떤 면적의 농지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지에 관한 자료가 없다"며 "거래기간 중에는 겨울에 해당하는 1~2월의 거래도 상당수 있는데 거래처가 어떠한 시설을 갖추고 농사를 지었는지에 대한 자료도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야채 등을 사들인 매입금액이 1억 3000만원 상당의 금액임에도 어떠한 지급수단으로 인출되어 누구에게 지급됐는지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거래 내역이 기재된 장부 등이 존재하지 않는 점"도 밝혔다.
이와함께 "L씨가 제출한 거래사실확인서는 친인척 또는 지인들이 거래 시점 이후인 2012년 9월경 작성해 거래의 존재를 인정할 객관적 자료로 보기에 부족해 필요경비에 불산입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결국 "(종합소득세 부과처분을 취소해달라는) L씨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며 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