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회가 최근 지난 6월 치러진 서울지방세무사회장 선거 당시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신목근 세무사에 대해 '회원 제명'이라는 세무사회 역사상 유래가 없는 징계처분을 내린 가운데,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특히 징계처분을 내린 남창현 업무정화조사위원장과 징계 당사자인 신 세무사 사이에 오고간 몇 마디 말이 '불쏘시개'로 작용, 진흙탕 속 진실게임 양상으로 점철되고 있는 모습이다.
□ 유래 없는 '회원 제명', 왜? = 지난달 14일 세무사회는 업무정화조사위원회를 열어 서울세무사회 선거 당시 규정에 없는 별도의 상임위를 구성, 선거관리 사무를 수행했다는 이유로 신 세무사에 대해 회원 제명 징계를 결정,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세무사회가 회원 제명 징계를 결정한 것은 세무사회 53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
신 세무사에 대한 징계처분은 윤리위원회 의결이 이루어지더라도 총회를 거쳐 기획재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확정될 경우 사실상 세무사 자격박탈로 연결, 세무사로서의 '생명'이 끝나버리게 된다.
업무정화조사위원회의 결정 자체도 논란의 소지가 많지만, 문제는 이 같은 징계처분을 내린 일련의 과정 역시 석연치가 않다는 것이다.
□ 서로 다른 '말', 진실은? = 징계당사자인 신 세무사는 억울함을 넘어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회원 제명'이라는 초강력 징계처분을 내리면서 당사자를 상대로 제대로 된 조사과정 자체가 없었다는 점을 문제삼고있다.
신 세무사는 "징계결정 직후 남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조사 한번 하지 않고 회원 제명이라는 징계를 내린 이유를 따졌다"고 전제한 뒤 "남 위원장으로부터 선거 당시 이미 윤리위원회에서 사실관계가 입증된 사안이라 별도의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신 세무사는 "어떻게 이런 징계를 내리면서 당사자 입장을 듣지 않았는지를 따지자 남 위원장이 '절차가 복잡하니(총회 2/3 의결, 기재위 승인 등) 제명까지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대답을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부분이 논란의 진원지다.
표면적으로 볼 때 개인의 생존권까지 위협할 수 있는 징계처분을 내리면서 당사자에게 해명 기회를 주지도 않은 점, 징계를 내린 직후 징계처분 결정 책임자가 '징계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일련의 과정들이 '상식'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집행부가 신 세무사 징계건을 지렛대로 삼아 임시총회를 소집, 내년 본회장 선거와 관련한 회칙개정 등을 처리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목소리와 함께 집행부의 일에 사사건건 걸림돌 역할을 하는 서울세무사회를 길들이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남 위원장은 사실 확인을 요청한 기자의 질문에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고 해명했지만 신 세무사는 "전화통화 내역도 가지고 있으며, 남 위원장이 내게는 '그런 말을 한 것은 맞지만 외부에 이를 어떻게 사실이라고 말하겠느냐'고 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 "상식에 맞지 않는 처사", 술렁이는 업계 = 세무사회 한 관계자는 "남 위원장의 말은 회원 제명 처분이 지난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제명 당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취지로 한 말일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상황을 전해들은 세무사 회원들은 징계 처분을 내린 의도가 불분명하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 세무사 회원은 "회원 입장에서 제명은 형법으로 치면 사형이나 다름없다. 지금이 구석기 시대도 아니고 결과여부를 떠나 당사자의 항변도 듣지 않은 채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은 웃기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세무사 회원은 "제명 처분을 내려놓고, '제명까지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당사자에게 말하는 것 또한 상식에도 맞지 않다"라며 "신 세무사의 제명을 발판으로 집행부가 무언가 다른 것을 노리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전했다.
한편 당사자인 신 세무사는 자신의 징계와 관련한 업무정화조사위원회의 결정에 강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신 세무사는 "한 업무정화조사위원에게 물었더니 지난달 14일 징계처분이 내려지기 전까지 이 건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없었고 위원회가 열리고 나서야 알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위원회에서도 제대로된 논의 없이 징계처분을 기습적으로 결정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