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갑작스런 2천원 인상안에 냉담 "사회적 합의로 결정"
野, "부족한 세수 메우기 위한 '서민증세'…부자감세 철회 먼저"
정부가 국민건강 보호차원에서 지난 2004년부터 10년 동안 2천500원이었던 담뱃값(국민건강증진법·지방세법 개정)을 2천원 올리겠다고 밝혔지만 국회 논의과정에서 인상폭이 대폭 수정될 전망이다.
추진 목표로 제시된 인상률이 무려 80%에 이르러,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여당 내에서도 수정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문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날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기자실을 방문, " 흡연율을 낮추려면 가격정책이 최선이기 때문에 담뱃값을 4천500원 정도로 올려야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우선 갑작스런 정부의 발표에 당혹감과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표가 당과협의 없이 급작스럽게 이뤄져 발표 시기와 인상폭에 대해 "문제"라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뱃값 인상에 대해 찬성해온 만큼 정부 정책 방향에 공감은 하지만 세월호 정국으로 국회가 장기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대폭적인 인상발표가 여론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대표는 "인상 폭은 사회적 합의로 결정해야 한다"며 "만약 2천 원을 인상하더라도 경과 기간을 두고 두 차례로 나누어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정책위 관계자 역시 "담뱃값을 올리겠다는 복지부의 방침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인상 폭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어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조속한 시일 내에 당정협의를 열어 인상 폭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권은 정부의 담배값 인상에 대해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일반 국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추진해온 법인세 인하 등 이른바 '부자감세'로 인한 세수부족 사태를 위해 부자감세 철회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우윤근 정책위의장은 "아직 당론으로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 의원들의 의견이 부족한 세수를 메우려는 증세목적 아니냐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우 의장은 "현재 세수부족 사태의 그 책임을 일반 국민들에게 전가시키려는 것"이라며 "어차피 여야 논의를 통해 국회통과를 해야 하는 것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담뱃값 인상에 대해 "필요성이 없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정부 발표는 순수하게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게 아니라 이른바 '부자감세'로 빚어진 세수부족 사태 해결을 위한 제시책"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부자감세는 그대로 둔 채 '서민증세' 하겠다는 것"이라며 "상당한 세원을 손쉽게 얻는 것인데, '부자감세' 선(先)정상화 이후에 순수하게 국민건강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