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석성장학회 조용근 회장(사진)에게 지인으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지인의 말인 즉, 국세청 출신 원로 선배가 10억원 상당의 토지를 기부하고 싶어 하는데 석성장학회에서 이를 받아 줄 수 있겠냐는 것.
여러 기부단체를 알아보고 고민도 해봤지만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는 석성장학회가 가장 눈에 띄어 선뜻 기부의사를 밝혀왔다는 지인의 말에 조 회장은 바로 기부자의 집을 찾았다.
실시간으로 홈페이지를 통해 기금현황을 볼 수 있을 정도로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는 석성장학회의 운영방침과 장학재단의 연혁 등을 가감 없이 털어놓은 조 회장.
이를 가만히 듣고 있던 기부자는 "후배라면 믿을 수 있겠다"는 말과 함께 10억원이라는 돈을 석성장학회에 쾌척했다.
기부금은 30년 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경기 화성과 남양주의 임야 등 부동산이며 기부자는 익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이처럼 훌륭한 국세청 선배가 있다는 소식을 기부금 전달식을 통해 주위에 알리려 했는데 본인이 한사코 익명을 요구했다"며 "여러 장학재단을 알아봤지만 석성장학회가 가장 믿을만했고 국세청 후배들을 위해 운영되고 있기에 기쁜 마음으로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지면을 빌어 그 선배님께 다시 한번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국세가족들에게 기쁨을 알리고 싶다"며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투명하고 소신 있게 운영하라는 격려의 말씀을 잊지 않았다"고 말했다.
□ "조 회장도 하는데 나는 왜 못해?" = 기부된 10억원 상당의 부동산이 최근 석성장학회로 등기이전이 완료됨에 따라 기존 17억5000만원이었던 장학기금은 27억5000만원 규모로 불어났다. 이에 따라 국세청 직원 자녀를 비롯해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지급할 장학금의 규모도 늘어나게 된 것이다.
석성장학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2000여명의 가난한 중·고·대학생들에게 총 16억원 상당의 장학금을 지급했으며, 이 가운데 70% 이상이 국세청 직원의 자녀들에게 전해졌다.
조 회장은 지난 1984년 선친이 남긴 유산 5000만원을 기반으로 1994년 '석성장학회'를 발족해 개인적으로 운영해 오다가 2001년 3억원의 기금으로 재단법인을 설립했다.
아울러 2004년 말 대전지방국세청장을 끝으로 공직을 떠난 그는 2005년 석성장학회가 모체인 세무법인 석성을 만들었다. 세무법인 석성은 매출액의 1%를 석성장학회에 넣기로 정관으로 지정하고 현재 8개 지사가 모두 이를 실천하고 있다.
조 회장은 "석성장학회는 세금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며 "석성장학회 뿐만 아니라 천안함재단 석성일만사랑회, 밥퍼 명예 봉사 등 세무인들도 나누고 섬기는 일을 할 수 있다는 비전을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소외된 사람에게 한 푼이라도 장학금이 더 갔으면 좋겠다"면서 "지방청별로 장학재단을 블록화하면 현직 직원이나 어려운 세무가족 자녀들에게 큰 격려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조 회장도 하는데 왜 내가 못 하냐'는 식의 동기유발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 "나눔은 지금, 이 자리에서부터" = '나눔전도사'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조 회장은 현재 석정장학회 회장 외에도 (재)천안함재단 이사장, 청량리 다일 밥퍼명예본부장, 중증장애인을 돕는 (사)석성일만사랑회 이사장, 크리스찬치유상담대학원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지난해 준공된 '사랑의 쉼터 1호점'
특히 석성일만사랑회는 지난해 말 해비타트와 함께 충남 논산에 25명의 중증장애인들이 동시에 머무를 수 있는 '사랑의 쉼터 1호점'을 마련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시작하기 전 불가능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는데 사랑의 쉼터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나눔에 대한 놀라운 기적들을 체험했다"며 "현재는 사랑의 쉼터 뒤쪽에 공동작업장을 만들어 중증장애인도 홀로설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한편, 조 회장은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선 몇 가지 '원칙'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장소해서 하는 것', '나부터 하는 것', '작은 것부터 하는 것', '뒤로 미루지 않는 것' 등이 조 회장이 설명한 나눔의 원칙이다. 또한 나눔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어야 된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독특한 사람만 하는 게 아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나눔이다. 자기가 가진 것부터 단돈 1000원이라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게 되면(지속적으로 나눔을 하면) 내가 바뀌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몇몇 불미스러운 사건 때문에 국세청 직원들의 사기와 자부심이 많이 떨어진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며 "지방국세청장, 한국세무사회장 등 난 세무인으로서는 할 것 다했다 생각한다. 이제는 국세청 후배들는 물론 세무사 후배들까지 명예롭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