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대량징계 뜸들이기…대화 당근책?

직원 징계 인사위원회 당초 예정보다 길어질 전망

당초 오늘까지 마무리를 지을 예정이었던 징계 통보를 한 직원들에 대한 인사위원회가 다음주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노조와의 대화를 위한 당근책이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24일 외환은행 관계자는 "임시조합원총회에 참석해 징계 통보를 받은 898명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다음주까지 계속해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24일 현재 40~50명 정도의 심의를 진행했으며, 최종 결정은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징계 대상 직원이 898명에 달하는 점을 고려했을 때 서류 정리나 심의 일정 등을 봤을 때 이번주 마무리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인사위원회의 심의가 마무리돼 징계 결정이 이뤄지면 김한조 은행장의 최종 인가만을 남기게 된다. 여기에 재심의 요청이 들어올 경우 2주 정도가 추가적으로 소요될 수 있다.

김한조 은행장의 입장에서 대규모 직원 징계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한 가운데 노조와의 대화 창구가 막혀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직원 징계가 가져올 후폭풍도 우려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또 외부에서 볼 때 대규모 직원 징계를 놓고 은행장과 노조 간에 무책임한 치킨게임을 벌이는 모습으로도 비춰질 수 있어 부담이다. 

김 은행장은 인사위원회 기간에도 불구하고 지난 22일과 23일 오전 노조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 조기통합과 관련 노조에 전향적인 대화를 촉구했다.

김 은행장은 직원들에 대한 징계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데 대해 유감을 표하며, 노조 앞으로 '은행 이사회 사외이사 면담 요청' 공문을 발송하는 등 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앞서 그는 외환은행 경영상황 설명 및 조기통합 등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위한 '대직원 공개토론회'의 개최를 요청하는 등 노조와의 대화를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외환은행 노사가 원하든 원치않든 조기통합과 관련해 양측이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보고 있다.

외환은행 경영진의 경우 노동부에서 '2.17 합의서의 당사자간 합의는 유효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은 데다가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하나-외환은행 합병이 노사합의를 전제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전히 굽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노조 설득은 필수 과제가 됐다. 

여기에 더해 하나금융의 김정태 회장이 통합이사회를 거쳐 10월경에는 금융당국에 양행의 통합승인을 내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상황이라 김 은행장도 상당한 심적 압박을 받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 노조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지난 18일 임시 전국대의원대회를 통해 투쟁기금 부분을 가결시켰지만 임시조합원총회 건으로 징계 위기에 몰린 직원들을 넋 놓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일단 노조는 단체협약에 명시된 조합원총회를 불법파업으로 몰고간 사측의 법 논리에 문제가 있다며, 이번 위기를 투쟁으로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대의원대회를 통해 투쟁기금 안건이 통과된 만큼 향후 투쟁을 통해 정면돌파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규모 직원 징계 상정으로 전체 직원들의 투쟁의지가 상당히 위축된 상태에서 외줄타기식의 투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는 부분은 고민이다.

외환은행 인트라넷 '장미전자사무실'에 올라온 외환은행 노조 비판 글을 놓고 댓글 조작 논란이 거세게 일며 노사 양측간 진실공방으로 각을 세우기도 했지만 사실 일반 직원들에게는 이 모든 것이 혼란스러울 뿐이다.

이 같은 상황 전개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외환은행 노사간 벼랑 끝 싸움이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노사 양측이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만큼 돌파구를 찾기 위한 노력이 조만간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