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따라 조세일보는 이 청장이 내부 인트라넷을 통해 밝힌 [아름다운 '비움의 문화'] 전문을 게재하기로 했다.
다음은 이 청장이 국세청 인트라넷에 올린 글 전문이다.
[아름다운 '비움의 문화']
이주석 서울청장의 '후배들을 위해 그만 두겠다'는 말을 듣고 가슴 찡한 감동과 함께 '때를 알고 피었다가 때를 알고 지는 꽃'과 같이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30여년동안 근무하던 곳을 자진해서 떠나기로 결단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입니다. 말로는 조직을 위한다고 하면서 행동은 다르게 하는 사람들과 비교가 되는 서울청장의 모습은 '비움의 문화'가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가를 잘 보여줍니다.
국세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사의 선순환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선배들의 용퇴, 그 아름다운 비움의 문화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우리 조직에서 자신의 이익만을 계속 채우려고 하는 이기적인 '채움의 문화'가 확산된다면 직원들의 꿈과 희망은 좌절되고, 우리 조직은 활력을 잃은 삼류 부서로 전락될 것입니다.
오르막만 있는 삶은 없습니다. 언젠가는 누구나 오르던 길을 내려가야 합니다. 흔히들 정상에 올랐을 때 성공했다고 말하지만, 진정한 성공은 잘 내려 왔을 때 비로소 완전하게 이루었다고 할 것입니다.
자기가 원하는 자리에 더 머물고 싶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나뭇가지에 묵은 잎이 달린 채 언제까지나 떨어지지 않고 있다면 계절이 와도 새잎은 돋아나지 못할 것입니다. 버리고 비우는 일은 소극적인 삶이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모습인 것입니다'(법정스님의 '버리고 떠나기'에서).
국세청의 발전과 1만7천여 직원들의 더 나은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저로서는 자기 욕심만을 계속 고집하는 이기적인 인사 문화를 결코 방치하지 않을 것입니다.
직원 여러분들도 침묵만이 최선은 아닙니다. 훌륭한 선배에 대하여는 한없이 존경하되, 자기만 지키기 위해 조직의 전통과 원칙, 질서를 외면하는 사람들을 당당하게 비판하는 지성적인 용기가 필요한 때 입니다.
공직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명예와 가치입니다. 재직하는 동안 이를 실천하고, 후배들에게 희망과 사랑과 신뢰를 남기고 떠나는 이주석 서울청장과 명예퇴직하는 여러 선배들에게 우리 모두 뜨거운 애정과 존경의 박수를 보냅시다. 그리고 새로운 세계에서도 성공하기를 마음 속 깊이 기원합시다.
2004.6.29 국세청장 이용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