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동안 고객들과 이메일 소통을 벌여왔던 안동규 IBK기업은행 전 부행장이 마지막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두달여 동안 꼬였던 자회사 인선이 가닥을 잡고 후임 부행장 선임이 결정되자 그동안 정들었던 고객들에게 작별인사를 고한 것입니다.
인생의 첫 통장을 기업은행에서 개설했던 덕(?)인지 기자 역시 수년간 안 전 부행장의 메일을 받으며 한 주를 시작하고는 했었는데 메일함에서 발견한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수많은 여백을 담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동안 수차례 자회사 대표 후보로 이름을 올리며 지루한 검증과정에서 마음고생도 많았던 안 전 부행장은 오히려 담백하게 고객들에게 마음을 전했습니다.
안 전 부행장은 12년 동안 고객들에게 꾸준히 메일로 보냈던 소식지 '앤디스카페'의 마지막호를 통해 "지난 2002년 뉴욕지점에서 초임 지점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뉴욕과 국내에 계신 저의 고귀한 고객님들과 계속적인 소통을 유지하기 위해 '뉴욕스토리'라는 이름으로 처음 수십명에게 이메일 서비스를 시작했었다"며 "주로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수필형식으로 적었고, 그림자료나 금융, 경제 얘기는 하지도 않았다"고 소회했습니다.
'앤디스 카페'는 5파일 첨부형식으로 약 800여 고객들에게 보내진 이메일 서비스입니다. 미국 뉴욕지점장 시절부터 시작했으니 햇수로 어림잡아 12년을 넘긴 장수(?) 개인 이메일 서비스인 셈입니다.
안 전 부행장이 2004년 귀국한 후 종합금융부장, 남대문지점장, 카드사업부장, 개인고객부장, 테헤란로지점장, 기업고객부장을 거쳐 경인지역본부장, 마케팅본부장, 글로벌자금시장본부장 등을 거치면서 여러번 타이틀이 바뀌었지만 고객과의 소통을 위한 서비스라는 기본 취지는 변한 적이 없다고 회고했습니다.
이어 그는 "오랜시간 매주 월요일 지켜왔는데 이제 그 막을 닫으려고 하니 어찌 소회가 없겠습니까만 가슴에 묻으면 내공이 되고 입으로 옮겨 뱉으면 거품이 된다지요. 그저 감사드린다는 말씀만 남기고 싶다"고 마지막 소회를 전했습니다.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소회를 가슴에 내공으로 묻었다는 안 전 부행장. 31년 동안 몸 담았던 기업은행을 떠나서도 그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