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 계열사 지급보증 규모 적게 보이려 편법동원
증권전문가, "대상 투자자 오인할 여지 있다" 지적
국내 식품명가 대상이 페이퍼컴퍼니를 앞세운 ‘꼼수’를 동원, 계열사 대상베스트코에 제공한 빚보증 규모를 축소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대상 및 대상베스트코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재무구조가 부실한 대상베스트코의 총 차입금이 매년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모기업 대상이 이 회사에게 제공한 채무보증 금액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대상베스트코의 재무상황이나 신용도가 호전돼 대상의 도움 없이 차입금을 자체 조달한 걸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상베스트코는 올 상반기에도 거액의 손실이 발생, 누적손실 규모가 331억원에 이르러 차입금이 급증하는 등 부실 징후가 더 악화되고 있다. 이같은 재무 상태로는 자체 신용도만으로 차입금 조달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금융권의 일치된 의견이다.
특히 이 회사의 올 상반기말 차입금은 954.9억원을 기록하며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기업인 대상의 채무보증 규모는 지난해 이후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의혹이 생기는 대목이다.
즉 2012년까지는 차입금과 보증금액이 정비례하며 정상흐름을 보이던 것이 2013년을 기점으로 올 상반기까지 두 금액이 서로 역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이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과연 2013년 회기 중에 대상베스트코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 SPC의 이상한 대출... 원금 제외 이자만 대주주 대상의 보증 받아
대상베스트코의 대출과 관련한 지급보증에 대한 의혹을 벗겨보기 위해 회사의 대출처별 차입금 변화를 살펴보았다.
대상베스트코는 지난해 페이퍼컴퍼니(SPC)인 아이엠베스트제1차(유)로부터 450억원을 빌려 은행대출 414.4억원을 상환했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인 대상이 SPC에게 대출원금 450억원을 제외한 이자 58억원만 보증을 서주는 납득키 어려운 거래가 발생했다.
아이엠베스트제1차(유)는 대주주인 대상으로부터 이자금액의 8배에 달하는 원금에 대한 지급보증은 받지 않고 이자에 대해서만 지급보증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확인코자 SPC의 연락처를 요구했지만 대상과 대상베스트코 측은 거부했다.
권용석 대상 홍보팀장은 “재무파트에 문의해본 결과 대출처인 아이엠베스트제1차(유) 측에서 자체 리스크 분석을 통해 그렇게 결정하지 않았겠느냐는 답변을 받았다고”전했다.
대상 관계자의 답변이 사실이라면 아이엠베스트제1차(유)는 대출해준 기업들의 신용리스크를 자체 분석할 능력을 갖춘 회사여야 한다. 하지만 이 회사는 대상베스트코에 대한 대출 실행이라는 특수목적 수행을 위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SPC)인 것으로 밝혀졌다.
신용평가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아이엠베스트제1차(유)는 대상베스트코에 대한 450억원 규모의 대출 실행을 위해 같은 금액의 자산유동화증권(ABCP) 발행 및 상환 등의 업무 처리를 위해 설립된 서류상의 회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SPC는 지난해 8월 대출자금 마련을 위해 아이엠투자증권을 주관사, 국민은행과 농협을 각각 업무수탁자와 자산관리자로 하는 유동화증권 약정을 맺고, 대상베스트코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ABCP 450억원을 발행해 대출을 실행했다.
그리고 대상베스트코가 대출 원리금 상환을 못할 경우(ABCP의 미상환 리스크)를 대비, 이자부분은 대상이, 원금은 국민은행과 농협이 각각 200억원과 250억원 한도로 부담하는 약정을 맺었다는 것.
■ ABCP 미상환 시 국민은행, 농협이 각 200억, 250억 상환... 이해당사자들은 ‘함구’
이는 대상베스트코가 SPC로부터 빌린 대출 원리금상환을 못하면 이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ABCP도 지급불능 상태에 빠지게된다.
이 경우 ABCP 원금 450억원에 대해서는 두 은행이, 이자는 대상이 대신 갚야야 하는 구조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두 은행은 어떤 채권확보를 했기에 이 ABCP의 원금상환 보증을 한 걸까?
원금 미상환시 두 은행이 대신 이 ABCP를 매입하기로 약정한 것은 실질적으로는 두 은행이 대상베스트코에 대해 직접 대출을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 증권가와 신용평가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같은 형태의 거래는 두 은행이 ABCP 원금을 대지급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그 구상권을 일차적으로는 대상베스트코에게 청구하게 되고, 이는 최대주주인 대상에게도 영향을 미쳐 결국 최종 변제 책임을 질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는 실질적으로는 지분의 70%를 보유한 대주주 대상이 지급보증을 선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다시말해 실질적으로는 아이엠베스트제1차(유)와 대출거래 발생 이전의 상태와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상, 대상베스트코, 국민은행, 농협 등 이해당사자들이 SPC를 앞세워 대출 거래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같은 거래를 통해 은행은 부실회사에 대한 직접대출 감소, 대상은 계열사 지급보증 규모 축소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이번 케이스도 기초자산, 원리금상환 등 유동화구조를 볼 때 비슷한 사례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개별회사의 대출과 관련된 정보는 밝힐 수 없는 점을 양해해 달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증권계 관계자들은 "대상이 대상베스트코의 부채에 대해 지급보증한 금액을 SPC를 이용해 고의로 축소함에 따라 투자자들이 투자판단을 하는데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