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검토도 하고, 생각도 해보지만…"난감하네" = 8일 열린 국세청 국정감사에서는 국세청 세무행정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국회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국정감사 도중 임환수 국세청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사진 : 김용진 기자)
130만 중소상공인 세무간섭 배제 정책 '비판' 봇물
세무조사 강화 추세 우려, 세수확보 대응책 요구
8일 진행된 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세무조사 강화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우려와 세수부족 해결을 위한 국세청의 대응책 마련 요구가 쏟아졌다. 임환수 국세청장이 내놓은 경제활성화 대책에 대한 의원들의 비판도 나왔다.
국세청이 감사원의 감사를 받는 것과 관련, 임 국세청장의 답변을 놓고 여야 의원들이 강하게 몰아부치면서 잠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등 임 국세청장의 국감 데뷔전이 녹록하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관영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임 국세청장이 경제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야심차게 내놓은 130만 중소상공인에 대한 세무간섭을 배제 방침을 정면 비판했다.
김 의원은 "과거에 유사한 케이스가 있었다지만 이렇게 명시적으로 큰 규모로 한 적은 없었다"며 "(특정 분야)세무조사를 하지 않으면 탈세를 부추기는 신호가 될 수도 있고 그 부분에서 못 걷은 세금을 다른 데에서 걷어야 한다. 1000억원 이상 기업들에게 집중해서 모자란 것을 걷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도 "임 국세청장이 퇴임 후, 선거에 출마하려는 것 아닌가 의심이 된다"며 "국세청은 집행기관이다. 법에서 정해준대로 집행하는 기관이지 누구는 세무조사 면제해주고 하면 국세청에 대한 국민 신뢰가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과거에도 국세청장들이 쓸데없는 짓을 했는데, 김대중 노무현 정부 당시 대북사업 업체 세무조사 면제해주고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녹색사업하면 면제한다고 했다"고 과거 사례를 들어 임 국세청장의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임 국세청장은 이에 대해 "이번 조치로 1500억원~1700억원 가량의 세수감소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세무조사와 관련된 일관성과 중립성이 유지돼야 한다는 지적을 유의하겠다"고 답했다.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매출이 적은 개인사업자에게 치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성 의원은 "2012년부터 2013년 동안 세무조사 실적을 보면 조사건수가 408건·세액이 2조8000억원 늘어났다"고 입을 열었다.
최 의원은 "개인사업자 중 매출 5억원 초과 사업자는 같은 기간 동안 부과세액이 평균 400만원 늘어났지만 매출 1억~5억 사업자는 부과세액이 2600만원 증가했다"며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명목으로 세무조사를 강화하면서 중소사업자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줬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매출 500억원 법인사업자는 세무조사를 통한 부과세액이 많이 증가했는데 유독 개인사업자만 이렇게 나타났다"며 "이는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임 국세청장은 직접적인 언급은 피한 채 "말씀하신 취지가 세정에 반영되도록 집행하겠다"는 답변만 내놨다.
□ 세수확보 대응책 요구, 임환수 '공 넘기기' = 올해 7월 말까지 세수진도율이 58.2%를 기록, 전년 동기보다 3% 낮은 것에 대한 우려와 지하경제 규모 파악에 대한 대책을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은 "지난해는 8조8000억원의 결손이 났는데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며 "현재까지 세수진도율, 세수확보상황 고려할 때 연말 세수결손액 얼마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느냐"라고 물었다.
임 국세청장은 "여건을 봤을 때 지난해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숫자는 기획재정부에서 말씀드릴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 의원은 "경제활성화 되고 경제가 잘 돌아가면 세수 잘 들어올 것이지만, 상황이 어렵다"며 "복지수요는 많고 세수는 부족한데, 이렇게 가다보면 정책목표를 실현하기 어려울텐데 대책이 있냐"라고 질문했다.
임 국세청장은 "세입징수기관으로서 세수부족분에 대한 대책에 대해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그 부분은 기재부에서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재차 답변을 회피했다.
지하경제 규모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의 지적에도 확답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 의원이 "오스트리아 빈츠대 프리드리히 슈나이더(Schneider) 교수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는 GDP 대비 26.3%이다. OECD 평균은 18.7%이며 미국은 8.7%, 일본은 11%, 독일은 14%, 프랑스는 15%"라며 "우리나라가 연간 200조원의 세금을 걷는데 10%만 탈루된다고 해도 20조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하경제를 방치하고 있는 국세행정이 선진행정이라고 할 수 있냐. 지하경제를 없애는 법인사업자에 대한 세무조사도 제대로 안하고 뭐하겠다는 것이냐"라고 따졌다.
임 국세청장은 "지하경제 규모는 추정의 영역이다. 조세재정연구원은 17%라고 했다"며 "언급의 뜻에는 동의하지만 정확히 답변드리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의 세입징수기관을 보더라도 지하경제 양성화는 의무이다. 우리나라는 전자세금계산서, 현금영수증 등 여러 제도를 갖추고 있다"며 "여러 방법으로 국세청에서도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를 추산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 무사히 넘기나 했더니…임환수 국감 데뷔전 '진땀' = 지난 8월에 치를 예정이었던 국감이 이날 진행되면서 이번 국감은 '김 빠진 국감'으로 예고된 만큼 임 국세청장도 별다른 탈 없이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 전망됐다.
하지만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올해 초부터 국세청이 감사원으로부터 받은 감사가 특별감사냐"라고 묻는 질문에 "특별감사를 받지 않았다. 매년 하는 정기감사"라고 답하면서 상황은 심각해졌다.
특별감사로 알고 있었던 박 의원은 우선 감사 유형에 대한 질의는 나중으로 미룬 채 "지난해 5월 뉴스타파가 공개한 조세피난처에 금융계좌가 있는 한국인 180명 명단에 대해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48명만 조사하고 그 중에 3명만 과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머지 사람들에 대해선 사후관리를 할 것이라고 국세청이 답변했는데 사후관리란 것이 무슨 뜻이냐"라고 물었다.
임 국세청장은 "조세피난처에 금융계좌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조사를 하지 못한다"며 "탈루 혐의가 있어야 조사가능하다. 사후관리를 하겠단 것은 탈루 가능성이 있어 지속적으로 관리한단 뜻"이라고 밝혔다.
"해외금융계좌 미신고 과태료를 낸 사람에 대해서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하지 않는다. 국세청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박 의원의 지적에 임 국세청장은 "세무조사를 하기 전 철저하게 내부검증을 해서 실효성이 있을 때 조사하는 것이다. 그걸 가지고 국세청이 소극적이라고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정면대응했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잘 넘어가던 분위기는 박 의원이 감사원 대변인을 통해 특별감사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언하면서 사뭇 험악해졌다.
박 의원은 "국세청장, 지금 위증하는거냐"라고 소리를 질렀고 임 국세청장은 "사실은 제가 상반기에는 없었다. 지난 8월29일에 취임해서 (잘 모른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정기감사와 특별감사에 대해서 용어를 잘…"이라며 해명했다.
이를 들은 박 의원은 "상반기에는 다른데 있다 오셨냐. 계속 국세청에 있었던 것 아니냐. 공직생활 오래하신 분이 구분도 못하냐"고 따지며 임 국세청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 문제로 여야 의원들의 설전이 계속되자 정희수 기재위원장은 임 국세청장에게 "사실 확인을 해서 오후 국감 시작 전에 사과할 것은 사과하라"고 상황을 정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