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김기준 의원, 국책연구기관 방만 경영 지적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책연구기관이 방만 경영을 일삼아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8일 민병두·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인사) 산하 연구기관은 안식년에 들어간 연구원에게 지원금을 지급했으며,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원은 연구사업비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등 방만 경영을 일삼았다.
경인사 산하 연구기관의 경우에는 일정기간을 근무한 연구직 연구원에게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안식년(연구연가)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경인사는 안식년과 관련해 표준 지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산하 연구기관은 이를 따르지 않고 맞춤형 복지경비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산업연구원, 한국교통연구원,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등 5곳이다.
민병두 의원이 경인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산하 26개 연구기관 중 15개 기관이 안식년 대상 연구원에게 기본연봉 외에 성과급, 복리후생비, 기타 지원금 등 각종 수당을 지원했다. 기타 지원금의 경우는 3년간 총 88명에게 9억50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타 지원금은 표준 지침 없이 연구기관 자율로 지급되고 있어 기관 간 편차가 심각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타 지원금을 지급하는 15개 연구기관 중 지난해 지급 규모가 특히 많은 기관은 한국개발연구원으로 6750만원 또는 5560만원을 지급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410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48만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각각 47만원과 44만원을 지급해 기타 지원금 지급 규모가 연구기관 별로 100배 이상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식년 기간 동안 기타 지원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은 기관은 총 10곳으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통일연구원, 한국교육개발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한국노동연구원, 육아정책연구소,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국행정연구원,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다.
민 의원은 "안식년 기간에도 각종 기타 지원금을 지원하는 것은 방만 경영과 모럴해저드"라며 "연구기관들은 연구연가계획서, 결과보고서 제출·심의 및 보고를 의무화하고 안식년 동안 연구비 지급 시 기본과제 수준의 보고서를 제출토록 하며, 심의기준을 미통과하거나 본인의 귀책사유로 중도에 연구를 중단한 경우 연구비를 반환하는 등 세부적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원의 경우는 연구사업비로 명품을 구입해 선물하거나 명절선물을 구입하는 등 예산을 방만하게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기준 의원에 따르면 국무조정실 감사결과 행정연구원 원장은 연구사업비에 편성된 예산으로 헤르메스 넥타이를 구매하거나, 일명 고소영 향수로 불리는 아닉꾸달 향수를 구입했다.
또 국외 출장 후 귀국 시 공항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구입하는 등 사적으로 비용을 사용했으며, 넥타이와 향수 일부는 공무원에게 제공하려고 시도했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연구원 직원에게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원장은 선식과 유기농 오이, 방울토마토, 고구마까지도 법인카드를 이용해 구입했다.
또 행정연구원은 연구사업비로 축·조의금을 집행하거나 명절선물을 구매해 내부직원과 유관기관 관계자 등에게 지급했으며, 20년 근속직원에게 지급하기 위한 포상 기념품과 선물비·홍보기념품 등의 구입비를 연구사업비로 집행하기도 했다.
이에 김 의원은 "연구사업비라 쓰고 명품접대비라 읽는다"면서 "국책연구원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고, 이는 국책연구원이 연구예산을 집행하는 시스템에 허점이 있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경제인문사회분야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은 비정규직 문제로도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의동 새누리당 의원은 경제인문사회연구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경제인문사회분야 정부출연 연구기관 26곳의 5281명 가운데 45%에 달하는 2377명이 비정규직이라고 밝혔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경우 현원 487명중 무려 354명(72.7%)이 비정규직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비정규직은 이직율은 매우 높아 기술유출과 연구단절에 대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 경제인문사회분야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비정규직 이직율은 21.8%로 정규직 이직율 4.6%보다 약 5배가량 높게 나타났다.
최근 3년간 경제인문사회분야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이 수행한 연구과제 중 연구책임자가 변경된 경우는 124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25.8%(32건)가 연구자의 이직 또는 퇴직에 의한 것이었다.
연구과제가 중단된 경우는 28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25%(7건)도 연구자의 이직 또는 퇴직에 의한 것이었다.
이 같은 내용과 관련, 유 의원은 "정부출연 연구기관 연구원들이 모두 소명감을 가지고 연구활동에 몰두할 수 있는 조직관리와 사기진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