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직한 한방 대신 날카로운 잽의 연속 =10일 중부지방국세청에서 진행된 국정감사에서는 굵직한 현안에 대한 맹공은 없었지만, 패소율, 세정간섭, 검은 커넥션, 로비 등 국세청의 치부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지적들이 이어졌다.(사진=김용진 기자)
세무간섭·비리의혹 지적…국세공무원 처우개선 요구
"조세불복·패소율 증가, 특단 대책 마련하라"
10일 열린 서울·중부지방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데미지가 큰 스트레이트 펀치 보다는 피로도를 높이는 잽을 연속으로 날리며 증인석에 앉은 두 지방국세청장들을 난감하게 만들었다.
비리 의혹에 대해선 조목조목 따져가며 구체적으로 질의해 지방국세청장들을 진땀나게 만들었고 "세무조사는 세무간섭"이라는 이학영 중부국세청장의 발언에 대해선 여야 가릴 것 없이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고액소송 패소율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선 국세청 역량 부족이란 지적도 있었으며 국세공무원에 대한 처우가 열악한 것이 원인이란 지적도 눈에 띄었지만 지방국세청장들의 답변은 의원들의 요구수준에 비해 기대 이하였다는 평이 주였다.
경기도 수원 중부국세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재위 국감에서 가장 많은 지탄을 받은 것은 이학영 중부국세청장의 "세무조사는 세정간섭"이란 발언이었다.
발단은 서울국세청의 업무보고 자료였다. 서울국세청은 임환수 국세청장의 경제활성화 카드인 '130만 중소상공인에 대한 세무간섭 배제'를 적극 시행하겠다는 내용과 '세무조사 유예 등 세무간섭을 최소화'하겠다는 문구를 넣었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이 문제를 삼았고 김연근 서울국세청장이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이 중부국세청장이 대신 답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 중부국세청장의 발언에 이 의원은 "지방국세청장의 답변이 왜 그러냐. 이제까지 했던 것이 국민들에 대한 간섭이냐"라며 "그런 식으로 생각하니까 국민들이 세무조사가 공정하지 않다고 믿게 되는 것 아니냐"라고 따져 물었다.
같은 당 정문헌 의원도 "세무조사가 간섭이라고 했는데, 세무조사 자체가 어떠한 목적을 가졌다거나 간섭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세무조사는 조세정의의 수단이지 간섭이라고 말하는건 무리가 있다"고 거들었다.
새정치연합 김현미 의원도 "세무조사는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해야한다"며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니까 용어를 바꾸는데, 이런 것은 엄정한 집행을 해야하는 기관으로서는 적절치 않은 책임회피성 자세이다. 단어선택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강조했다.
김 서울국세청장은 "세무조사는 정당한 법 집행"이라며 "납세자는 세무조사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세무간섭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고 해명했다.
◆…"출석률은 좋은데…김 빠지는 것 아냐?" = 분리국감 무산으로 국세청 본청 국정감사가 다소 힘이 빠졌다고 평가받으면서 이날 서울·중부국세청 국감도 힘을 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이런 우려가 무색하게도 여야 의원들이 본청 국감보다 심도있는 질문을 던지면서 김연근 서울청장과 이학영 중부청장은 혼쭐이 났다는 평이었다. (사진 = 김용진 기자)
□ 국세청 비리 지적…지방국세청장들 '진땀' = 의원들이 '검은 커넥션', '로비' 등 원색적인 단어로 국세공무원의 비리를 언급하자 지방국세청장들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은 "중부국세청 직원들의 비리비율도 높다. 중부국세청 조사4국 소속 인천지역 세무조사 담당인 권모 조사과장이 코스닥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같이 근무하던 두 분도 금품을 수수해 중앙징계위원회 심의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한 부서에서 연이어 비리가 발생했는데 특별 자체 감사를 실시했냐"며 "이런 비리는 담당 직원과 (기업 간의) 오랜 유착에서 나온다. 인력을 재배치하고 타 지방국세청과 교차조사하는 등 재발방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중부국세청장은 "인천에 따로 떨어져 있다보니 (특별 감찰은) 실시하지 않았다"며 "내년 정기인사 때 (유착 문제 등을) 해소 하는 방안을 본청과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관영 의원은 "국세청이 고발하고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된 사건에 대해 국세청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이유가 기업들의 로비 때문이란 의혹을 제기했다.
김 서울국세청장은 "조세범칙요건과 과세요건과는 다르다"며 "탈루사실은 인정하더라도 사기, 가공경비 등 범칙으로 차별할 정도는 아니다의 차이가 있다. 범칙 무효가 과세를 취소하는데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북인천세무서가 지난 2008년 접수된 114억원의 비자금 제보에 대해 탈세가 아니라며 포상금 지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이 문제는 (세무서와 기업 간의) 검은 커넥션이 있지 않을까라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고 제기했다.
이 중부국세청장은 "제보자가 북인천세무서에 탈세제보를 한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에 제출한 것"이라며 "수사기관에서 통보를 받아서 과세한 것"이라고 답하며 위기를 모면했다.
□ 패소율 높은 서울국세청, 대책은? = 지방국세청 중 고액소송 패소율이 가장 높은 서울국세청에 대한 질타도 쏟아졌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조세불복소송 현황을 보면 서울국세청의 경우 심각한 수준"이라며 "지난 5년간 패소한 소송의 72%가 서울국세청이다. 기업본사가 서울에 몰려있고, 까다로운 법인관련 소송이 원인일텐데, 어떤 대책이 있냐"라고 물었다.
김 서울국세청장은 "송무분야를 획기적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본청에서 검토 중에 있다"며 "그 외에 과세단계부터 부실과세가 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답했다. 국세청은 현재 서울국세청의 징세법무국을 송무국을 전환시키는 조직개편안을 추진 중에 있다.
박 의원은 "이것이 다 세수손실로 나타난다. 2조원이 넘는다"며 "외부에서 전문가 선임해서 하는 것도 결과가 심각하다. 수임료도 많이 주는데 183건 중 111건이 졌다"고 지적했다.
김 서울국세청장은 "외부전문가가 맡는 소송은 대부분 첨예한 다툼이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은 국세공무원에 대한 열악한 처우로 인해 조세소송에서의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오 의원은 "국세공무원의 (열악한 처우개선이) 대한민국 세정의 바른길을 가기 위한 기본 요건이라는 것"이라며 "7~8급 직원들이 300만원도 안 되는 낮은 봉급에 일을 하는데 국세공무원들이 무슨 사명감과 보람을 느끼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패소율이 높아지는 것은 국세청이 로펌을 못 따라가서 지는 것 아니냐. 6~7급 직원이랑 전문 변호사랑 대결하면 누가 이기냐. 밤낮 패소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