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경기도 수원 중부지방국세청사에서 열린 서울·중부지방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는 이틀 전 열린 본청 국정감사와 마찬가지로 무난하게 흘러갈 것이라는 예상이 파다했지만 예상을 깨고 의원들의 매서운 지적이 쏟아지며 두 지방국세청장은 내내 진땀을 흘려야 했다.
서울국세청과 중부국세청장의 체납액이 타 지방국세청에 비해 높은 것에 대한 대책마련 요구와 "세무조사는 세무간섭"이란 이학영 중부국세청장 발언에 대한 설전도 이어졌다. 지방국세청과 기업 간 로비 의혹도 제기됐다.
아울러 체납에 대한 지적과 조세불복소송 패소율이 높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 "서울국세청은 본청의 지시를 너무 잘 따른 것"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사진)이 최근 서울국세청이 조사분야와 징세분야에서 뛰어난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비꼬듯 내뱉은 말.
홍 의원은 "20점대였던 서울국세청의 조사분야 평점이 40점까지 오르고 징세분야도 6점에서 15점으로 올랐다"며 "본청에서 강압적인 조사를 유도한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홍 의원이 "그 결과 작년에 서울국세청장은 포상을 받았는지, 무슨 보상이 있는지" 묻자 김연근 서울국세청장은 "유공 공무원에 대한 성과평가에 반영해 준다"고 정직하게(?) 답변.
□ "그 말하는데 5분 걸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와 관련, 조세범칙 심의위원회의 심의여부를 누가 결정하냐는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사진)의 질문에 김연근 서울국세청장은 '자료처리의 최종결정자'가 한다는 원론적 대답을 내놓았다.
대답이 성에 차지 않았는지 박 의원은 계속해서 김 서울국세청장을 추궁했고 결국 당시엔 '강남세무서장'이 여부를 결정했다는 답을 받아냈다.
주어진 7분 가운데 5분을 한 질문으로 날려버린 박 의원은 "그 말하는데 5분이 걸렸다"며 "한정된 시간을 이렇게 써서야 되겠냐"며 한숨.
□ "지방국세청장과의 대화, 직접 들어 가봤나?"
국세청 홈페이지의 부실 문제를 지적하던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 의원(사진)이 "지방국세청장과의 대화 페이지에 직접 들어가 본적이 있느냐"고 묻자 김연근 서울국세청장과 이학영 중부국세청장은 "아직 못 들어가 봤다"고 입을 모았다.
김 서울국세청장은 "서울국세청장으로 취임한지 1달 밖에 안돼서…"라며 말꼬리를 흐렸고, 이 중부국세청장은 "저도 아직…"이라며 김 서울국세청장의 발언에 묻어가는 모습.
서울·중부 국세청 홈페이지에 있는 '지방국세청장과의 대화'에 정작 지방국세청장들은 한 번도 들어가 본적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현재 서울국세청 홈페이지에는 "지방국세청장과의 대화방을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사이버 공간은 국민 여러분의 고견을 직접 듣고 이를 세정에 반영하고자 개설했습니다"라는 인사말이 올라와 있다.
□ "300만원도 안 되는 봉급에 무슨 사명감과 보람을 느끼겠는가"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사진)은 국세공무원의 전문성과 청렴성에 대한 지적을 하던 도중 7급 이하 공무원들의 월급이 300만원 정도 되냐고 물었다.
김연근 서울국세청장이 "그 미만이다"라고 답하자 오 의원은 "300만원도 안되는 낮은 봉급에서 일을 하는데 무슨 사명감과 보람을 느끼겠냐"며 "직급 낮은 직원들의 보수를 높여 제대로 대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서울국세청장은 이에 "의원님이 걱정해주시는 부분 깊이 감사하고 동의 한다"고 화답.
□ "송혜교, 25억원 털어 먹었잖아요"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사진)이 최근 배우 송혜교의 세금 탈루를 도운 혐의로 징계(직무정지 1년)를 받은 세무대리인의 징계수위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묻다 내뱉은 말.
심 의원은 연거푸 "징계규정이 너무 약하다"며 두 청장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캐물었고 두 지방국세청장은 "말씀드리기가 곤란하다", "불합리한 점이 있으면 보완해야 한다"는 등 원론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이에 흥분한(?) 심 의원은 "송혜교 25억원 털어먹었잖아요. 당시 강남세무서장 어디에 가있냐"고 물었고 김연근 서울국세청장은 "퇴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짤막하게 답변.
□ "이제까지 했던 게 국민들 간섭한건가?"
최근 국세청이 기업들에 대한 세무조사, 사후검증 등 '세무간섭'을 최소화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이 세무조사가 세무간섭에 해당하는 지에 대해 질문.
이에 이학영 중부국세청장이 "세무조사도 세무간섭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답하자 이 의원은 "지방국세청장의 답변이 그러냐. 이제까지 했던 세무조사가 국민들에 대한 간섭인가"라고 호통.
이 의원은 "지방국세청장이 그런 식으로 생각하니까 국민들이 세무조사가 공정하지 않다고 믿게 되는 것 아니냐"며 "놀라운 발상인데 다시 한번 생각해 달라"고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