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사태 등 확산시킨 금융당국 질책 쏟아져
한은, 2개월만에 기준금리 인하…역대 최저 2.00%
지난 15일과 16일 진행된 국회 국정감사에서 금융당국을 비롯해 KB금융지주 등 금융사들이 '뭇매'를 맞았다.
KB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불거졌는데, 신제윤 위원장과 최수현 금감원장에게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오락가락한 징계수위를 놓고 일관성 없는 금융당국의 대응을 질타하기도 했다.
이 뿐만 아니라 자살보험금 미지급으로 금감원의 징계를 받고도 배짱을 부리고 있는 ING생명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고, 조기 통합을 놓고 심화되고 있는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동조합 간의 갈등이 국감장으로 번졌다.
□ KB사태 청문회 된 금융위·금감원 국감= 올해 금융위와 금감원 국감은 KB사태 성토장이었다.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문제로 갈등을 벌인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은행장이 증인을 출석했고, 이들에 대한 의원들의 질책이 쏟아졌다.
박병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KB사태는 정권의 전리품의 된 금융권 CEO의 낙하산과 금융당국의 일관성 없는 태도, 이사회의 무책임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김태환 새누리당 의원은 "금융계가 이렇게까지 엉망으로 처리한 것에 대해 금융위원장도 큰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임 전 회장은 "그룹 수장으로서 물의를 일으킨 게 송구스럽고 모든 게 부덕의 소치"라면서도 "주전산기 교체는 사실 경영전력과 관련해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 전 행장은 "무엇을 달리 할 수 있었을지 여러 생각을 했지만 그 당시에는 그렇게밖에 행동할 수 없었다"며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신제윤 금융원장은 이에 대해 "이 사태는 간단하다. 누군가 거짓말을 했다"며 "어떤 편의를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고 검찰 고발 조치가 타당하다"고 말했다.
KB사태에 대한 신제윤 위원장과 최수현 금감원장의 책임론도 나왔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KB 사태의 본질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 권력 간 투쟁이다.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이 동반 퇴진했 듯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정찬우 부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과 최종구 수석부원장 모두 동반 퇴진해야 한다"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신 위원장과 최수현 원장 모두 사퇴 촉구를 거절했다,
□ 자살보험금 안 주고 배짱부린 ING생명에 비난 쇄도=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법적분쟁으로 몰고 간 ING생명도 국감에선 혼줄이 났다.
금감원 국감에서 여러 의원들은 "약관에 나와 있는 데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정당치 않다"며 "생떼를 부려 계약을 위반하고 있다"며 이기홍 ING생명 부사장을 비난했다.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사법부와 행정부, 소비자들도 견해가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일치하는데 왜 지급하지 않는냐"고 몰아세웠다.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은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문제인데 미지급 보험금이 2817억원이나 될 때까지 금감원에서 모르고 있었냐"며 최수현 원장을 질책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부사장은 "약관의 문구 해석과 관련해 학계와 법원 간의 차이가 있어 법적인 판단을 받아 처리하겠다"고 말하며 사실상 지급 거부 입장을 밝혔다,
김기식 의원은 이 부사장의 답변이 미흡하다며 종합감사 때 정문국 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할 방침을 세웠다.
□ 하나-외환, 2.17합의서 위반 논란 국감으로 번져= 금융위 국감에서 하나금융의 2.17 노사정 합의서 위반과 관련해 의원들은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과 신제윤 위원장을 거칠게 몰아세웠다.
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금융은 신용과 약속, 신뢰가 기본인데 과거 기자회견을 통해 전 국민에게 약속한 합의서, 즉 약속과 신뢰를 잘 지켰느냐"고 질의했다.
이어 "약속과 신뢰를 평생 지키며 살았다고 밝힌 한국 금융의 원로로서, 또 당시의 합의 주체로서 이 같은 독립경영 보장은 지켜지지 않아도 되느냐"고 물었다.
김승유 전 회장은 이에 대해 "노조와 은행장도 같이 합의를 했고 합의서 전체 내용에 대해 신의성실의 원칙으로 지켜야 한다"며 외환은행 노조가 합의서를 먼저 위반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 김승유 전 회장과 신제윤 위원장이 가지고 있는 합의서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이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의 서명이 없는 합의서를 가져와 "합의서 원본에 금융위원장의 서명이 없다"며 "3자가 관여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금융위가 가지고 있는 것은 서명이 있는 합의서"라며 "서명이 없는 합의서가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 한은, 기준금리 두 달 만에 0.25%p 추가 인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5일 10월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0.25%포인트 내린 연 2.00%로 결정했다. 지난달 8월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인하한 지 두 달 만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내수는 소비가 증가세로 이어갔지만 설비투자가 큰 폭으로 감소하는 등 부진했고, 경기주체들의 심리도 부분적 개선에 그쳤다"며 "최근의 금융경제 상황과 수정경제전망 등을 검토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결정했다"고 인하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한은의 금리인하는 전문가들도 쉽게 예상하기 어려웠다.
지난 13일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 24일부터 29일까지 채권보유 및 운용관련 종사자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발표한 '2014년 10월 채권시장지표 동향'을 보면 응답자 113명 가운데 50.4%가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했다.
동결을 예상한 전문가도 49.6%에 달하는 등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그러나 가계부채가 이미 10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두 달 만에 다시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