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사고로 행정처분을 앞둔 아시아나에 대해 운항정지 처분을 거듭 촉구하고 나서 업계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더욱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의 운항정지 처분이 필요하다”는 노조 명의의 탄원서를 지난달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데 이어 이번에는 회사 차원에서 과태료가 아닌 운항정지 등 더욱 강한 처분을 주장하고 나서 “동종 업계에 대한 금도를 넘어선다”는 비난을 초래하고 있다.
◆…대한항공(왼쪽)과 아시아나항공 시그니처.
업계 관계자들은 “아무리 관련 규정을 엄격히 적용해 달라는 취지이더라도 경쟁사에 대한 감정적 대응으로는 실익도 없고 회사 이미지만 나빠진다”며 “경쟁사 운항정지에 따른 일시적 반사이익보다는 서비스 강화 등을 통한 선의의 경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0일 국토교통부와 각 항공사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17일 입장자료를 내고 “정부가 괌 참사 등 대한항공의 사고 때 노선 면허취소나 운항정지 등의 조치를 했으며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인천∼사이판 노선 안전규정 위반에 대해 7일 동안 노선운항을 중단시켰다”며 “행정처분은 일관성 있고 엄정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이 이처럼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행정처분 수위를 구체적으로 지적하면서 엄정한 처분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과거 자신들이 받았던 강력한 행정처분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지난 1997년 괌 추락사고 등으로 운항정지 처분을 받았던 대한항공은 국제선 신규노선 배분 등에서도 제재를 받았다. 이 때문에 신생 항공사였던 아시아나항공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정부는) 심지어 없는 규정까지 새로 만들고 소급 적용해 (대한항공에 대해) 운수권 배분까지 금지한 사례가 있다”며 “적당히 넘어가거나 과징금 납부 등 솜방망이 처분으로 면죄부를 받는다면 또 다른 항공사고를 유발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의 이러한 반응은 앞서 항공사들이 아시아나의 선처를 호소한 데 대한 대응 성격이 짙다. 인천공항에 취항하는 국내외 43개 항공사는 대한항공 입장발표 이틀 전인 지난 15일 국토교통부에 "조종사 과실뿐만 아니라 기체에도 문제가 있었으며 사고 후 승무원의 헌신적 구호조치로 피해를 최소화한 점을 참작해 행정처분을 결정해주기 바란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보냈다.
이들은 이어 "대부분 항공사가 안전운항을 위한 투자 여력을 확보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면서 "아시아나항공도 안전을 위한 적극적 투자를 지속할 수 있도록 재무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처분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는 “‘일부 이해관계자들을 여론 조성에 동원’ 운운한 대한항공의 입장자료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이는 인천공항에 취항하는 43개 항공사와 미주 한인 총연합회 등 교민단체의 선의와 순수성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영역에서는 경쟁하더라고 안전에서만큼은 서로 협력하고 격려하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며 “큰 시련과 아픔을 극복하고 안전을 위해 매진하고 있는 동 업계 종사자에 대한 최소한의 금도를 지켜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7월 발생한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사고로 45일 이상, 135일 이내의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 운항정지 처분을 받거나 7억5천만∼22억5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국토부는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행정처분을 결정할 방침이다. 아시아나는 3개월간 운항을 정지당할 경우 320억원의 매출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