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朴대통령 해외순방 중 "개헌 봇물"
靑, 김무성 취임 100일날 "실수로 생각안해"
“왜 하필 지금?” 정기국회 후 개헌론이 봇물처럼 터질 것이라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발언에 대한 일부 기자들의 반응이었다. 김 대표의 발언 시점이 의미심장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개헌 발언을 한 것은 3박4일 방중일정의 마지막날인 지난 16일이었다. 중국발(發) 개헌론이 효과적으로 폭발할 수 있는 시점이었다는 얘기다.
더구나 이날은 “개헌은 블랙홀”이라며 개헌론을 원천차단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땅을 떠나있었다. 아시아 유럽 정상회의(ASEM) 참석과 프란치스코 교황 예방을 위해서였다. 당일 청와대의 반응이 나오지 않은 것에는 이러한 배경도 있다.
그러나 폭발적인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됐던 개헌론은 김 대표가 귀국 뒷날인 17일 오전 회의에서 사과하면서 의외로 싱겁게 진화됐다. 그는 “민감한 상황에 답변하지 않았어야 하는데 제 불찰로 생각한다”며 “대통령께서 아시아·유럽 정상회의(아셈·ASEM) 참석차 외국을 방문 중인데 (개헌 언급을 한 것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여진은 남았다. 야당에서는 김 대표가 하루 만에 입장을 선회한 배경을 청와대로 지목하며 “삼권분리를 무시하는 독재적 발상”(문재인 의원)이라고 비판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김 대표의 ‘치고 빠지기’식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친박계도 “대선정국으로 몰고 가는 발언”(홍문종 의원)이라며 신경을 곤두세웠다.
청와대가 침묵을 깨고 경고음을 낸 시점은 그로부터 나흘 후인 21일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김 대표의 취임 100일이기도 하다. 집권여당 대표의 취임을 기념할 만한 날, 경고음이 울린 셈이다.
청와대 고위공직자의 이날 발언은 비공식적이나마 기자들이 대규모로 모인 자리에서 이뤄졌다. 실제 이 고위관계자는 김 대표의 발언이 실수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금하고 비슷하게 기자가 (앞에서) 노트북을 갖다놓고 (발언을) 받아치는데, (김 대표 역시) 개헌을 언급한 것이 기사화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말씀하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정상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김 대표는 곧바로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의 발언에 일체 대응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그는 “지난 17일 아침 회의에서 그(개헌)와 관련된 해명을 할 때 앞으로 일체 개헌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지금도, 어떤 경우에도 얘기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현재권력’과 ‘미래권력’간의 갈등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현재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관계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를 떠올리게 하는 게 있다”며 “김 대표는 그 관계를 보며 청와대와 협조하되 자신만의 색깔로 당을 재정립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