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서 모씨(46)는 언제부턴가 샤워를 하다가 등을 닦는 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을 느꼈다. 예전엔 팔이 등 아래 허리 정도까지 닿을 수 있었는데, 이젠 팔이 저리고 옆구리가 찌릿하다. 골프를 칠 때도 예전같은 스윙 폼이 살아나질 않는다. 떨어진 물건을 주울 때에도 자기도 모르게 ‘끄응차’ 하는 소릴 내며 한 박자 쉬게 됐다. ‘아, 이제 정말 아저씨가 다 됐구나’ 하는 생각에 우울해진다.
이는 모두 유연성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유연성은 일상생활이나 운동 중 동작을 원활히 하거나 부상을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른 자세를 유지하거나 근력을 강화하는 데에도 필수적인 요소다. 다만 유연성은 노화가 일찍 시작되는 체력 요소로, 규칙적이고 꾸준한 운동을 통해 관리해주는 게 좋다.
유연성은 관절이 움직이는 가동범위에 따라 결정된다. 유연성이 높을수록 움직임이 자유롭고, 관절이 삐거나 근육·인대가 손상되는 부상위험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반대로 부족하면 근육부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65세 이상의 건강한 노인 36%가 어깨통증을 호소한다. 이는 어깨의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철규 강동연세사랑병원 척추센터 소장은 “노화가 진행될수록 근력이 감소하며, 40대부터는 1년에 1% 가량씩 떨어진다”며 “이와 함께 신체반응력, 근육 밸런스 등도 덩달아 저하돼 결과적으로 유연성 및 민첩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 순간에 대처하는 속근이 감소해 운동신경이 둔해져 낙상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이철규 소장은 “유연성이 부족하면 순간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낙상위험 등으로 인해 부상당할 확률이 높다”며 “예컨대 겨울철 유연성이 적은 노인들은 미끄러운 눈길에 넘어지면서, 척추압박골절로 이어지는 사고가 많다”고 말했다.
척추압박골절은 외부의 강한 충격으로 인해 척추체 모양이 납작해지면서 주저앉는 척추질환이다. 주로 뼈가 약한 골다공증 환자나 유연성이 부족한 노인들이 눈길에 미끄러져 넘어지는 외상 때문에 발생한다.
이철규 소장은 “노인이 겪는 골절은 단순한 문제에 그치지 않고 활동량 감소로 이어져 당뇨병·심장질환 등 합병증을 동반하고 폐렴 또는 심장마비 등 2차적 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노인은 물론 중장년층도 평소 유연성을 길러주는 운동을 생활화해야 한다. 스트레칭이나 맨손체조 등 유연성운동은 경직된 근육을 풀어 관절의 움직임이 원활해지면서 관절의 운동반경을 넓혀주고, 힘줄·인대를 더 유연하고 탄력있게 만들어준다. 이주형 국민대 스포츠건강재활학과 교수는 “노인의 경우 본운동에 앞서 충분한 이완동작으로 근육의 긴장을 풀어줘야 한다”며 “근육이 경직된 상태에서 유연성 강화운동을 실시하면 오히려 근육이나 조직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체조를 하거나 요가동작을 시행하는 것은 삼가는 게 좋다. 이 교수는 “자신의 체력을 과신해 젊은 사람과 똑같은 강도로 운동하다간 다칠 수 있다”며 “예컨대 균형을 잡는 동작을 실시할 때에는 체중을 지탱할 수 있는 의자 등을 놓아 부상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굴·후굴·비틀기 등을 무리하게 시행하면 근육이 더 경직될 수 있다. 반동을 이용해 스트레칭 하는 것도 근육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전문가를 찾아 자신의 상태를 파악한 뒤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우선 자신의 체중을 이용하거나 탄력밴드를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유연성을 기를 수 있다. 우선 큰 근육 위주로 천천히 스트레칭을 시작, 통증이 없는 범위 내에서 시행하는 게 포인트다. 또 근육이 풀리기 쉬운 따뜻한 곳에서 스트레칭하는 게 좋다.
이주형 교수는 “노인이 혼자 운동하다가 다칠 경우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자신의 상태를 파악한 뒤 운동전문가에게 정확한 동작을 배우고 실시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고, 집에서는 보호자와 함께 실시해야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헬스오 정희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