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과 경영정상화 이행 위한 MOU 체결키로
현금 지원 등 유동성 개선 조치 취해질 것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동부그룹의 자구 노력이 불성실하다는 지적을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동부제철의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막혀있던 구조조정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준기 회장은 23일 동부제철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오늘 채권단과 동부제철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서를 체결하고, 동부제철의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려 한다"며 "앞으로 전개될 동부제철의 미래는 이제 여러분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어 "회사의 차입금 1조3000억원에 대해 개인보증을 서고, 전 재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등 최선을 다해왔다"면서 "비록 지금은 여력이 없어 동부제철을 도울 수 없어서 안타깝지만 언제라도 여건이 허락되는 한 저의 모든 것을 바쳐서 동부제철과 여러분을 지원하겠다는 결심은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동부제철과 채권단은 이날 자율협약 개시를 위한 경영정상화 이행 약정서(MOU)를 체결한다.
전날 동부제철은 김 회장의 서명이 포함된 MOU 최종안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MOU가 체결되면 24일까지 이틀에 걸쳐 현금 2000억원을 지원하고 신용장(L/C) 한도를 1억달러 새로 설정해 주는 등 유동성 개선을 위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또 MOU에 포함된 경영정상화방안은 ▲대주주 100대 1, 일반주주 4대 1 차등 무상감자 ▲채권단 530억원 출자전환 ▲신규자금 6000억원 지원(신용장 한도 설정 1억달러 포함) ▲기존 담보채권 연 3% 무담보채권 연 1%로 금리 인하 등이다.
한편 이번 MOU에 김준기 회장 등 대주주 일가에 대한 조건부 우선매수청구권이 포함됐다.
이는 동부그룹이 그 동안 제기해 온 요청사항을 채권단이 수용한 것으로, 향후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김 회장 등 대주주 일가의 희생 정도에 따라 경영권을 되찾아 올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그러나 대주주 일가의 경영권 보장과 관련된 내용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지난 21일 열린 산업은행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홍기택 산업은행장이 동부제철의 100대 1 감자비율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대주주로서의 경영권이 무산된다는 의미"라고 말해 김준기 회장의 경영권을 보장해 줄 의사가 없음을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