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을 농민에게'라는 기치로 신경분리까지 단행했지만 정작 농협은행은 양적팽창에 빠져 농업인에 대한 대출은 소홀하게 취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명희 의원(새누리당)은 농협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농협은행이 전체대출 중 농업인 대출이 3.7%에 불과한 대목을 집중 질타했다.
농협이 1961년 농업인들이 원활하게 영농자금을 받아 영농활동에 임하고 신용사업을 통해 그 이익을 농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근본을 잊었다는 비판이 나온 셈.
윤명희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농협금융지주체제 출범 이후 농협은행은 점포가 1184개에서 1195개로, 임직원수는 1만4600명에서 1만5700명으로 늘리는 등 양적팽창을 거듭했다. 자산 또한 245조에서 266조(올해 3월말 기준)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정작 농업인들을 위한 대출은 저조하기 그지 없다.
올해 6월말 기준으로 대출주체별 잔액현황을 보면 총 135조700억원의 대출 중 농업인을 대상으로 한 대출은 4조9700억원으로 전체 3.7%에 불과한 것. 더구나 이중 정책자금을 제외한 일반자금은 2.9% 수준이었다.
특히 대출주체별 신용·담보대출 현황을 보면 기업의 경우 47.2%, 가계의 경우 23.1%로 신용대출의 비율이 높은데 비해 농업인의 경우는 5.1%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농업인들의 영농활동을 원활하게 돕기 위한 신용사업 조직이라는 당초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대목이다.
윤 의원은 "농협은행이 영농자금의 공급이라는 진출목적을 간과하고 양적성장을 치중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영농현장에서는 여전히 농협은행의 문턱이 높아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얘기가 많다"며 "농업인들을 위해 신용등급 조정, 담보대출 비율 축소 등의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농협은행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조합을 이용하기 때문에 은행을 이용하는 수요가 적은 것"이라며 "농협은행은 수익을 내서 환원사업으로서 수익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