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의 추궁성 질의에 대충 넘어가거나 진땀을 흘렸던 과거 많은 '대독총리'들의 저자세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었다.
이 총리는 특히 행정수도 이전 등 민감한 현안을 놓고는 한나라당 의원들과 치열한 논리 공방을 펼치는가 하면 '말꼬리잡기'식 질의에 대해선 과감하게 면박을 주기도 했다.
가장 아슬아슬한 상황은 한나라당 심재철(沈在哲) 의원과의 질의 때 연출됐다. 두 사람이 총리인사 청문회 때 격렬하게 맞붙었다는 점에서 이날 '2라운드'는 시작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심 의원은 우선 전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수도이전 반대론과 관련, "이것을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 운동, 퇴진운동으로 느끼고 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축약하자면 '행정수도 반대는 불신임이고 퇴진이다. 따라서 하지 마라'는 얘기 아니냐"며 적절성 여부를 따졌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그런 잘잘못의 판단은 내가 드릴 말이 아니다"고 말하고 "느낀다는 것과 언변한 것은 다르다"며 용어 선택의 문제점을 거론했다.
이에 뒤질세라 방송기자 출신인 심 의원이 "빠져나가려 하지 마라. '아프다'와 '아프게 느낀다'가 어떤 차이가 있느냐"고 몰아붙였지만, 이 총리는 "'나를 불신임하는 것이다'는 표현과 '내가 그렇게 느낀다'는 주관적 판단은 많이 다르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두 사람은 신행정수도 건설의 '정의'를 놓고서도 "결국 수도이전이다"(심의원), "행정수도의 이전으로 볼 수 있다"(이총리)로 다소 인식차를 보였다.
이 총리는 또 노 대통령을 '좌파 민족주의자'로 표현한 미국의 타임지 기사와 관련해서도 '소신' 있는 태도를 보였다.
심 의원이 "타임지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권위 있는 잡지"라며 은근히 타임지의 시각을 받아들일 것을 압박하자, 이 총리는 "아무리 권위가 있어도, 내용에 따라 정당성을 보는 것이지 타임지라는 잡지에 실렸다고 해서 그것이 다 옳은 기사는 아니다"고 받아쳤다.
이 총리는 나아가 '내셔널리스트'란 표현에 대한 입장을 묻는 심 의원에게 "여기에 내셔널리스트 아닌 분이 누가 있겠나"라며 "다 국가에 대해 애국심을 갖고 있지요"라고 답해 의석을 술렁이게 했다.
5선 의원 출신인 이 총리는 '후배 의원'인 심 의원이 "나는 모르겠다라고 하는데 굉장히 비겁하다"는 말로 질의를 마치자 "인격 모독적인 발언은 삼가주기 바란다"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이날 이 총리의 자세에 대해서는 여야간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여당 쪽에서는 "시원하다" "잘했어"라는 환호와 함께 박수도 터진 반면 한나라당 쪽에서는 "태도가 그게 뭐냐"며 야유가 잇따랐다.
